연극배우 이명행이 성추행 논란으로 출연 중인 연극에서 중도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명 연출가가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연극계에서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어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면서 "그것이 본인이 기를 푸는 방법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심한 요구를 해 오는 연출가에게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무섭고 끔찍했다는 그는 "마주치게 될 때마다 도망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해당 극단측은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당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으로 그 연출가를 극단 공연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고 밝혔다.
김정덕 기자 orikim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