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의 제자 성추행 의혹이 일파만파 커져가는 가운데 조민기의 제자출신 배우 송하늘씨가 이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상황 진술을 내놓아 모두를 분노케하고 있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배우라고 밝힌 송하늘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저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며 글을 쓰게된 이유를 밝혔다.
송하늘 씨는 "2013년 입학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성추행이 공공연했으나,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며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조 씨가 집에 가겠다는 자신과 친구를 끝내 만류하고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누워 팔을 쓰다듬거나 옆구리에 손을 거치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것이 송 씨의 진술이다.
또한 남자친구와 함께 오피스텔로 불려갔을 때 남자친구가 취해 잠든 틈을 타서 성적인 질문을 농담식으로 쏟아내고,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고 송씨는 전했다.
송 씨는 2014년 1학기 노래방 회식에서 가만히 있던 여학생의 다리를 갑자기 들어올리거나, 다른 여학생을 벽으로 밀어놓고 리듬을 타기도 했으며 선배의 중재로 회식이 끝난 뒤 인사하던 중에 자신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고 전했다.
송 씨는 "이 일들 뿐만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하는 일들과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다 적지 못하는 일들도 수없이 많다"며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꾹꾹 참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속에 참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연기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라며 그간의 침묵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조민기는 20일 저녁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성추행 여부에 대해 전면 부인한 가운데 소속사 윌 엔터테인먼트 측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배우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