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간장은 잊어라”… ‘투명 간장’에 홀린 일본의 맛

입력 : 2019-04-08 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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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본신문 제공 서일본신문 제공

초밥에 찍어 먹을 간장에 고추냉이를 솔솔 섞는다. 그런데 간장 종지에 담긴 소스는 까만색이 아닌, 밝고 선명한 녹색이다. 옷에 묻어도 티가 나지 않고, 맛은 영락없는 간장 맛인 이 투명 소스는 일본의 한 지역 조미료 제조업체가 창업 15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가, 일본 전역에서 일약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규슈 남부 구마모토시에 있는 훈도오다이고요는 지난 2월 ‘투명 간장(사진)’을 출시했다. 이 간장은 두 달이 채 안 돼 전국에서 4만 개 이상이 팔려나가고,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에서 일일 판매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대박’을 쳤다.

규슈 지역 조미료 제조업체

‘후세에 기념비적 상품 만들자’

창업 150주년 맞아 개발

두 달도 안 돼 히트 상품 부상

투명 간장이 세상에 나온 것은 에도시대인 1869년 술 빚는 가게로 처음 문을 열어, 올해로 창업 150주년을 맞이한 업체가 ‘후세에 남는 기념비적인 상품’을 만들고자 도전한 것이 계기다.

“아이가 옷에 간장을 흘렸다”, “비싼 와이셔츠를 간장 때문에 더럽혀버렸다”는 고객들의 불평을 접수한 이들은 “흘려도 더러움이 눈에 띄지 않는 투명한 간장이 있으면 어떨까”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상품 개발에 성공했다.

간장 증류액과 소금, 양조 식초 등을 사용해 만든 투명 간장은 기존 간장처럼 향긋하고 맛이 좋은 데다, 무색인 덕분에 재료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간장 맛이 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100mL 투명 간장 가격은 500엔(한화 약 5000원)이다.

훈도오다이고요 관계자는 “독자적 정제 기술로 투명 간장을 개발했다. 규슈 간장을 일본 전국에 알리고 싶다”며 역사 깊은 지역 식품업체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후쿠오카=민소영 기자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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