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25일 밤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앞에서 인간벽을 쌓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회가 또다시 여야 의원들의 ‘물리적 충돌’로 얼룩졌다. 2012년 18대 국회에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을 도입한 이후 사라졌던 몸싸움과 회의장 점거가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여야가 이처럼 격렬하게 충돌하는 배경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패스트트랙은 몸싸움을 막기 위해 도입한 선진화법의 핵심 내용이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놓고 물리적 충돌
명칭과 달리 법안 처리 속도 1년 걸려
현직 ‘생명줄’ 걸린 선거제 개혁법안
한국당, 지난달 현실화되자 ‘실력 행사’
사개특위 회의장 등 3곳 사실상 점거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은 몸싸움과 폭력을 추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져서 일명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선진화법 이후 19대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볼썽사납게 멱살을 잡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선진화법이 ‘동물 국회’를 ‘식물 국회’로 바꿔 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패스트트랙은 이런 ‘식물 국회’를 막기 위한 제도다. 여야 간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쟁점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취지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장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패스트트랙은 명칭과는 달리 법안 처리에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패스트트랙 1호 안건인 ‘사회적 참사법’이 안건에 오른 지 336일이 지나서야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슬로우트랙’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야가 이번에 선거제·사법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놓고 물리적 충돌을 계속하는 이유는 법안 처리 속도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제 개혁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결사 저지’에 나선 것은 패스트트랙에 일단 올라가면 본회의 표결까지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특히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이 현직 국회의원들의 ‘생명줄’이 걸린 선거제도를 고치는 내용이어서 여야 모두 필사적이다.
선거제·사법제도 개혁법안은 지난 2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패스트트랙 추진을 언급했을 당시에도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그러나 3월 들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까지 참여한 여야 4당이 구체적인 합의안 협상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지난 22일 여야 4당이 합의안을 도출하고 24일 당내 추인에 성공하면서 패스트트랙이 현실화되자 한국당은 곧바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한국당은 25일 패스트트랙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회의장 3곳을 사실상 점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을 사실상 ‘감금’하기도 했다.
이어 법안제출을 위한 고성과 멱살잡이, 인간 띠, 밀고 당기기가 난무하면서 ‘동물 국회’의 모습도 재연됐다. 의안과 사무실과 복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의안을 접수받는 팩시밀리 기기가 파손되기도 했다.
양당 의원과 보좌진, 국회 경호과 직원들까지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주고 받으면서 국회는 다시 난장판이 됐다. 멱살잡이와 심한 밀치기에 부상자 발생까지 우려됐고 급기야 구급차까지 출동하는 등 국회는 하루종일 홍역을 앓았다. 박석호·김종우 기자 psh21@busan.com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