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해녀문화전시관에 가면 ‘제주 해녀’가 보인다

입력 : 2019-06-18 19:19:53 수정 : 2019-06-19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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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문을 여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해녀문화전시관 앞에 제주 해녀상(사진)이 들어선다. 영도는 제주도 출향 해녀들이 부산 최초로 정착한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기증 ‘제주 해녀상’

이달 말 개관 전시관에 들어서

영도는 제주출향 해녀 첫 정착지

두 지자체 간 해녀 교류 상징

현재 영도 해녀 80% 제주 출신

제주은행 부산지점도 영도에

부산 영도구청은 6월 말 준공되는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영도해녀문화전시관 앞 야외에 제주 해녀를 상징하는 동상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이 동상은 제주시가 영도구 측에 기증한 것으로, 현무암 재질로 제작됐다. 높이는 1.8m.

제주 해녀상은 물질을 할 때 입는 무명 재질의 수영복 ‘소중이’를 입고, 머리에는 수경인 ‘쉐눈’을 쓰고, 손에는 해산물을 담는 ‘테왁망사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동상은 제주시가 통일된 해녀 모습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해녀 표준모델’에 따라 만들어졌다.

제주시 제주문화유산과 관계자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 문화를 알리고, 영도와 제주 간 해녀 교류의 역사를 상징하기 위해 해녀상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18일 제주도민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현재 영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녀 약 150명 중 80%가 제주 출신이다. 제주 출신 해녀들이 영도로 처음 넘어온 것은 1800년대 말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진상품 압박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에서 가까운 영도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그 뒤에도 영도는 제주 해녀들의 새로운 정착지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영도로 넘어온 해녀들은 계속 물질을 하거나 자갈치나 충무동 수산시장에서 수산물을 팔고, 조선소에서 배에 붙은 이물질을 망치로 두드려 떼는 ‘깡깡이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제주 해녀들이 넘어오면서 ‘영도 해녀’만의 독특한 문화도 생겨났다. 제주 해녀는 큰 어망인 ‘테왁망사리’를 가지고 다니는 반면 영도 해녀는 작은 그물 여러 개가 달리 ‘조락’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 잡은 해산물을 내륙으로 가져다 파는 제주 해녀와 달리 바닷가 바로 앞에서 잡은 해물을 바로 파는 것도 영도 해녀만의 특징이다. 1970년대부터 소중이 대신 고무옷을 입고, 어망 대신 스티로폼에 수확물을 넣어 보관했다.

제주도민회 부산지부 고행섭 고문은 “영도는 제주 출향 해녀들이 키운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도민회 부산지부 사무실도 영도에 자리하고 있고, 영도구 남항동에는 제주은행 부산지점도 있다.

해녀 문화를 연구하는 한국해양대 안미정(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영도에 해녀들에 대한 기록과 자료 등을 정리한 해녀문화전시관이 문을 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제주 해녀상을 이곳에 설치한 것은 영도 해녀의 뿌리가 제주 해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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