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김석준 후보와 하윤수 후보가 표심을 잡기 위해 상반된 ‘색깔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김 후보는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반면 하 후보는 보수 성향 국민의힘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3선에 도전하는 김 후보는 초선·재선 때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파란색을 내려놓았다. 진보 또는 좌파란 상대 측 이념 공세에 갇히지 않으려 민주당 상징색과 거리를 두는 대신 분홍색과 남색을 주 색깔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교육감 후보들 표심 잡기
김석준, 파란색 대신 분홍·남색 사용
하윤수, 빨간색 고수 ‘보수 후보’ 부각
선거벽보와 선거공보, 현수막, SNS 이미지 등에도 두 색깔이 주로 등장한다. 특히 과거 2차례 선거 공보물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파란색 계열이 줄고, 활용 색깔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8년간 좋은 평가를 받은 각종 성과를 메달처럼 새겨 넣어, 현 교육감으로서 업적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유세 복장도 달라졌다. 분홍·남색 글씨로 ‘교육감은 김석준’을 쓴 흰색 점퍼나 정장을 주로 착용한다. 김 후보 측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부산교육감으로서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고, 앞으로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다채로운 색깔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맞상대인 하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부터 초지일관 ‘빨강’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벽보와 현수막 등 선거 관련 각종 공보물에 빨간색을 주 색깔로 활용하면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과 연결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문광고 등에 등장한 이미지는 디자인 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공보물을 비롯해 유세차량 등에 ‘중도·보수후보’ 글귀도 넣어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 후보라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눈에 띈다.
유세 복장 역시 붉은색이다. 선거운동원들은 붉은색 티셔츠·점퍼 차림에 붉은색 모자를 쓰고, 하 후보는 붉은색과 흰색 점퍼를 번갈아 착용한다. 방송토론회 등 정장을 입어야 할 땐 붉은색 넥타이를 빼먹지 않는다. 하 후보 측은 “보수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고, 열정적인 후보의 성품을 잘 나타낼 수 있다고 판단해 붉은색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감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양 후보 캠프 간 신경전도 반복되고 있다. 하 후보 측은 25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산시교육청의 ‘매체별 부산교육 홍보 효과’ 설문조사에 대해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하며 ‘설문조사 등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 후보 측은 “이는 설문조사를 가장한 일종의 홍보로, 김 후보의 성과와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게 분명하다”며 “특히 교육감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선거일 직전인 31일까지 실시된다는 점을 보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25~31일 실시 예정이던 이 온라인 설문은 예년처럼 문항에다 부산시교육청 SNS 주소도 첨부해 매체별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산시선관위 안내에 따라 설문조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매년 진행해 온 정기적인 업무로 이번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문조사 담당자가 이달 초부터 연수 등이 있어 이달 말까지 일주일간 실시하기로 계획을 잡았을 뿐”이라며 “SNS에 접속해 보면 현 교육감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등 고의로 교육감을 노출시키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 캠프 측도 “부산시교육청이 매년 추진하는 업무인데 후보와 엮어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 건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