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줄탄핵’ 압박에 이어 ‘줄입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제한법’과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 등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헌재 내 ‘5 대 3 교착설’로 초조해진 민주당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에 사활을 건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건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각각 상정했다.
우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3명을 제외하고는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되,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하도록 한다. 헌법재판관 9명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 몫으로 3명씩 나눠, 행정·입법·사법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다.
개정안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또는 직무 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 3명에 대해서만 임명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대통령 몫 재판관 3명은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만 임명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기를 마쳐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 우려하는 한 권한대행 주도의 보수 성향 재판관 임명은 일단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법안 시행 후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는 오는 18일 이후에도 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지 않고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까지 임명하지 않는다면 헌재는 재판관 6명만 남아 탄핵심판 선고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다.
이날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또 다른 개정안은 국회와 대법원이 선출하거나 지명한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은 7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된 뒤에도 후임자가 임명되기 전까지는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달 18일 임기를 마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에게 당장 적용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될 경우 두 재판관이 임기 종료 이후에도 심리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한 마 후보자도 자동 취임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공세를 두고 입법권을 이용한 재판 개입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 판결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법 개정은 향후 헌재 결정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 공포’라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데다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두 재판관의 퇴임 이후 한 총리의 재판관 임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민주당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1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 조치가 없을 시,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에 이어 국무위원 전원 탄핵소추까지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줄탄핵’을 현실화할 경우, 재차 연기되는 헌재 결정에 이어 행정부 기능까지 마비되며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기 때문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