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꼴 “죽고 싶다”…경제적 문제 가장 큰 이유

입력 : 2022-09-14 19:22:39 수정 : 2022-09-14 19: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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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세상에 홀로 선 보호종료아동]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조사

죽고 싶어도 특별한 대처 방법 없다 37%
5명 중 1명, 자립 전담 인력과 연락 안 돼

시설에서 나온 보호종료아동 중 절반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호종료아동 5명 중 1명은 자립지원 전담인력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50.0%인 155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자살실태조사’에서 성인 19~29세 응답자 286명 중 16.3%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519명(33.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정생활 문제(19.5%)와 정신과적 문제(11.2%)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는 보호종료아동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보호종료아동 중 37.4%는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친구와 상담’(19.7%), ‘혼자 음주를 하거나 흡연 등으로 해소한다’(14.9%)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5.6%, 시설이나 그룹홈 선생님, 위탁 부모와 대화한다는 답은 2.8%에 그쳤다.

한편 보호종료아동 5명 중 1명은 정부의 자립지원체계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2022년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기관과 연락을 끊은 보호종료아동은 2021년 기준 1만 1397명 중 2299명(20.17%)에 달했다. 부산의 경우에도 2021년 기준 보호종료아동 958명 중 164명(17.11%)이 연락 두절된 채 방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동복지시설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거나 친구 등 또래집단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보호종료아동들이 과거와 단절하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사회 경험이 부족한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정착금을 노린 범죄에 노출되거나 부모, 선배 등의 요구로 자립정착금을 쉽게 뺏기기도 한다면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아동청소년그룹홈협회 이은희 협회장은 “경제관념이 약한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성형수술을 하거나 명품쇼핑에 자립정착금을 다 쓰는 등 과시적 소비에 대한 유혹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정 아동정책연구센터장은 “시설에서 나온 보호종료아동은 외롭고 고립되는 느낌 등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서적인 지지체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전담기관 등이 나서서 보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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