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일선 구·군이 조달청과 함께 공동 소송전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제철 등 철강 제조업체들이 관급공사에 사용되는 철근 가격을 담합해 비싸게 공급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2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달청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해 공동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최근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관급철근 입찰담합 공동손해배상소송’ 참여 의사를 물었다. 부산에서는 사하구 등 12개 기초자치단체가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은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과 연계해 다음달 중 현대제철 등 11개 업체에 대해 공동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업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물량을 나누고 입찰 가격을 협의하는 등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지난해 11월 이들 업체에 대해 과징금 2565억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조달청은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가 곧 종료되는 2018년 입찰 구매계약 건에 대해 공동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 2018년 입찰 계약의 전체 입찰 금액은 2조 3349억 원 수준(전국 1384개 기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에서는 사하구가 28억 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입찰 금액을 보였고, 기장군(25억 3800만 원), 해운대구(13억 41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 16개 구·군 입찰 금액은 14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정부법무공단은 자료를 취합한 뒤 정확한 손해배상 금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사하구 등 12개 기초자치지자체는 공정한 거래 행위를 방해한 업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동 소송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할 예정인 해운대구 측은 “다음달 중 손해배상 청구소멸시효가 만료돼 그 전에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의사를 밝힌 상태”라면서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담합행위를 방지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비, 인지대 등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소송 참여를 포기했다. 사상구는 입찰 금액이 4억 4800만 원에 달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진구 역시 입찰 금액이 2억 63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소송에 드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