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3월, 방년 27세에 접어든 기자는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생각만 해왔던 첫 자취 생활, 시작은 달콤했으나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화장실에 물때는 왜 이렇게 잘 생기는지, 생활용품들은 왜 대용량으로만 팔고 또 비싼지. 집안 곳곳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 있는데 뒷통수 어딘가에 탈모가 생긴 건 아닌지. 상상했던 감성은 온데간데없고 현실과 타협한 가성비 제품으로 꾸며진 인테리어….
가장 안타까운 건 김치 보관이었습니다. 본가에는 김치냉장고가 있었지만, 자취방에는 조그만 냉장고 하나가 끝이어서 냉장실 안은 언제나 김치 냄새가 퍼져있었습니다.
기자는 김치찌개에 동치미를 반찬으로 먹고, 카레에 단무지와 깍두기를, 짜장라면에 파김치와 볶음김치를 곁들이는 김치 애호가였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본가에서 받자마자 냉장고 깊숙한 곳에 보관했던 김장 김치통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하얀색에 물기 있는, 징그러운 곰팡이가 김치 위쪽에 가득 생겨있었던 겁니다.
처음 생겼을 땐 곰팡이인 줄 알고 눈물을 흘리며 다 버렸고, 두 번째 생겼을 땐 공기가 들어가서 그런가 싶어 김치통에 비닐을 씌워 뒀습니다. 세 번째 생겼을 때야 인터넷에 '김치에 하얀 곰팡이'라고 검색해봤죠.
그 결과 이게 곰팡이가 아니라 골마지라는 효모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골마지가 생긴 김치는 생으로 먹지 않고 물에 가볍게 씻어서 익혀 먹으면 된다는 정보가 있었는데, 과연 사실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세계김치연구소 김태운 책임연구원에게 문의해봤습니다.
Q1. 냉장고에 보관 중인 김치, 찐득한 하얀색 곰팡이는 뭔가요?
흰색점 또는 흰색 막처럼 보이는 것은 곰팡이가 아니라 효모에 의해 생기는 골마지입니다. 보통 김치는 유산균에 의해 발효가 이뤄지지만, 점차 유산균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효모에 의해 흰색 막이 생기게 됩니다.
Q2. 그럼 김치에만 골마지가 생기나요?
아닙니다. 골마지는 김치뿐만 아니라 간장, 된장 등 물기가 있는 발효식품의 표면에 주로 나타납니다.
Q3. 공기가 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에 비닐봉지를 씌우거나 냉장고 가장 안쪽에 보관해도 생기던데, 왜 생기는 건가요?
골마지 균들은 포장된 김치를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해도 생길 수 있습니다. 김치 재료에 부착된 미생물들이 절임과 세척 과정에서 일부 제거되기는 하지만 내염성이 있는 유산균과 효모가 잔존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재료의 세척에 주의를 기울이고, 위생적으로 생산된 고춧가루와 젓갈 등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4. 김치는 한 번 썰어서 덜어놓고 먹을 때가 많아서 이미 전체적으로 골마지가 생긴 상태에서 발견할 때가 많은데, 그냥 씻어내고 먹어도 되나요?
관련 실험 결과 특별한 독성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골마지가 생겼을 경우 냄새가 나고 김치가 점점 물러지기 때문에 물로 씻은 뒤 찌개·볶음 등 요리로 활용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Q5. 골마지가 생기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치 표면을 위생 비닐로 덮거나 국물에 잠기게 해서 김치 표면이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저장 온도는 4도 이하의 저온으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인의 반찬에서 빼놓을 수 없고 사 먹으면 비싼 김치! 상하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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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