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민관합동의 ‘부산-오데사 재건회의’를 제안함

입력 : 2023-07-31 18:22:2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이재혁 유라시아교육원 이사장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우크라이나 사태 마무리 국면
전후 복구에 세계 이목 쏠려
한국도 민관합동 지원단 구성
부산, 몫 챙길 전략 수립해야
해양·영화·관광 도시 오데사
재건사업 파트너로서 최적격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게 아닌가 여겨진다. 비록 전쟁 막바지에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차지하려는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상황은 하강 국면이고 세계의 이목은 온통 종전 이후의 복구사업에 쏠려 있다.

종전 협상이 가깝다는 소식은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나왔고, 지난달 11일 리투아니아에서 개최된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31개국 정상회의에선 아예 전후 복구자금 분담금 문제와 ‘우크라이나 달래기’가 의제로 올랐다고 한다. 전쟁에 대한 세계적인 피로감, 식량 위기, 내년 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젠 전쟁 지속을 공식적으로 외치는 쪽은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밖에 없지 않나 싶다.


세계은행(WB)도 서구와 일본 등의 보증 하에 우크라이나 전후 경제부흥 지원금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독일, 브라질, 남아공, 인도 등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회담을 위한 비밀회의가 열렸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젤렌스키 정부도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며 한편으론 실익을 추구하는 인상을 준다. 서방이 내놓은 ‘EU(유럽연합) 가입’ ‘막대한 경제부흥비 지원’에 더하여 ‘나토 군사동맹 가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달라진 상황에 맞춰 한국 정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요청한 총 200억 달러 규모의 5000여 개 재건 프로젝트, 우리 민간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약 320억 달러 규모의 10개 프로젝트가 우선지원 대상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기업인의 폴란드 방문이 지난달 있었고, 학교·병원·주택 긴급 복구, 수자원 인프라 재건, 스마트시티 종합 계획 및 첨단 교통체계 수립, SMR(소형 모듈 원전), 공항 재건 등 재건 프로젝트별로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을 앞으로 구성하겠단다.

전체 재건사업비 1200조~2000조 원 가운데 잘하면 약 66조 원(520억 달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막대한 경제부흥 자금 중에 과연 얼마가 우리 부산에 떨어질까.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경험에서 보면, 대부분 재건수익은 보나 마나 수도권과 대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은 부산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체를 바라볼 게 아니라, 그곳의 여러 지방 도시 가운데 한 곳을 특정하여 부산과 그 지역 간 협력에 집중해야 실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오데사와 오데사주를 부산의 파트너로 강력히 추천한다. 부산시와 지자체, 시의회, 경제산업계, 대학, 민간기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합동의 가칭 ‘오데사 재건회의’를 빨리 만들자.

왜 하필 오데사냐 하면, 이 도시가 부산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오데사는 흑해 최대의 컨테이너 시설을 확보한 해양 물류의 거점이고, 관광과 영화의 도시이다. 전쟁 때문에 비록 2030 세계박람회(EXPO) 유치전에서 탈락했지만, 오데사도 2만 5000평 규모의 모듈식 전시장 등 세계박람회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올 11월에 부산이 EXPO 개최지로 확정되면 우리의 훌륭한 국제행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오데사는 지정학적 위치상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발칸, 코카서스, EU 등 인근 지역과의 연계성도 좋다. 우리 (사)유라시아교육원은 지난해 7월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75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10개년 계획’(Ukraine’s National Recovery Plan)을 발표했을 때, 2주에 한 번씩 자체적으로 ‘오데사 재건회의’를 개최하며 나름의 오데사 복구사업 참여방안을 도출하였고, 우리의 협력 초안을 서울의 우크라이나 관련 단체 등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전후 우크라이나 부흥계획에 부산이 총체적으로 참여하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우리 같은 작은 사회단체의 몫이 아니다. 부산시가 직접 주도적으로 나서서 부산의 주요 공공기관, 기업, 연구소, 대학, 병원, 시민단체 등을 망라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더군다나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16일 앞으로 부산을 먹여 살릴 전략산업으로 스마트 해양, 지능형 기계, 미래 수송기기, 글로벌 관광, 지능정보 서비스, 생활케어, 청정기술 등 7개 분야를 정하고 이를 이끌 90개 선도기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도 새로운 해외 거점과 해외 협력선이 필요하지 않은가.

얼른 ‘부산 오데사 재건회의’ 구성을 서두르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자. 이것은 경제적 이득을 넘어 인도주의 정신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며, 전쟁의 비극을 딛고 우리 공동체와 세계가 교육과 시민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구체적인 상생의 포석이기도 하다.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