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다채로운 미식 도시 부산도 즐기세요

입력 : 2023-09-21 10:52:55 수정 : 2023-09-25 15:42: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영화제와 함께 즐기는 부산의 맛

일본 현지에서 배운 스시
코스로 맛보는 복어 요리
바다 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
부산 커피의 향기에도 풍덩!


부산 지역 수제맥주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우어 영도’에서는 사워(sour) 맥주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지역 수제맥주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우어 영도’에서는 사워(sour) 맥주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000만 영화도 식후경이다. 배가 너무 불러도 졸음이 몰려오지만 너무 고파도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다. 모처럼 영화의 바다를 만끽하러 부산을 찾았다면, 영화 차림표 못지않게 다채로운 부산의 맛에 빠져 보자.

‘허교수 스시 오마카세’에서 만날 수 있는 생강·고추를 얹은 고등어 스시. ‘허교수 스시 오마카세’에서 만날 수 있는 생강·고추를 얹은 고등어 스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몰 2층에 있는 ‘허교수 스시 오마카세’ 입구.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몰 2층에 있는 ‘허교수 스시 오마카세’ 입구.

상영작처럼 엄선한 일본 정통 ‘오마카세’

한국·아시아·세계영화, 단편·다큐멘터리, 거장·신인감독 작품 등 영화제는 부문별로 엄선한 영화를 선보인다. 음식으로 치면 요리전문가인 주방장에게 맡기는 ‘오마카세(おまかせ)’와 유사하다. 해운대해수욕장 끝자락, 엘시티몰에 가면 부산에선 몇 없는 일본식 정통 오마카세를 만날 수 있다. 올봄 문을 연 ‘허교수 스시 오마카세’는 가게 이름처럼 교수님의 손맛을 담아낸다. 허동한 오너셰프는 몇 년 전 일본 현지 대학 교수 생활을 접고 알바부터 시작해 정통 에도마에식 스시를 배웠다고 한다.

스시에 앞서 나오는 스모노, 일본풍 비스크, 차완무시, 야채 오란다니 등 일품 요리도 정갈하지만, 메인은 역시 스시다. 도미·참치·아카무츠(금태)·갑오징어·이쿠라(연어알)·히라메(숙성광어)·고등어·장어 등 제철 생선과 해산물 위주 구성이 다채롭다. 예약제 식당인 만큼 영화 관람 일정을 고려해 가능한 일찍 예약하는 게 좋다. 점심 때는 좀 더 간소화한 메뉴를 선보인다.

일본식 종이나베(냄비)로 끓여 낸 ‘마루신’의 활참복 샤브. 살코기가 적당히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일본식 종이나베(냄비)로 끓여 낸 ‘마루신’의 활참복 샤브. 살코기가 적당히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두산제니스스퀘어 2층에 위치한 일식당 ‘마루신’ 입구.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두산제니스스퀘어 2층에 위치한 일식당 ‘마루신’ 입구.

영화로 ‘마음 보신’, 복어 샤브로 ‘몸 보신’

영화로 마음의 양식을 채웠다면, 부산의 바다를 담은 생선요리로 허기를 채워 보자. 해운대구 두산제니스스퀘어 2층에 자리한 ‘마루신’은 정통 일본식 복어 요리 전문점이다. 복어 중에서도 가장 고급인 참복을, 살아 있는 녀석으로 요리한다. 활참복 샤브를 주문하면 껍질초회(유비끼), 튀김(가라아게), 죽(조스이)까지 코스처럼 맛볼 수 있다. 복어 요리는 따로 간을 안 하기 때문에 폰즈 소스가 중요하다. 마루신의 폰즈는 주인장이 간장에 유자·청귤을 베이스로 해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참고로 참복 활어는 남해에서 양식했기 때문에 일본산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뎃지리(샤브)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도 매일 공수해 와 빛깔부터 신선함이 묻어난다. 적당히 쫄깃하고 알맞게 부드러운 살코기를 맛본 다음, 국물을 남겨 일본식 죽까지 챙겨 먹어야 한다. 복어요리 못지않게 민물장어 덮밥도 대표 메뉴다. 취향에 따라 골라서 보양식으로 맛볼 만하다.

독일인 오너브루어가 운영하는 ‘툼브로이’ 2층 브루펍. 독일 남부의 정통 맥주 라인업과 ‘슈니첼’(아래) 등 독일식 안주류를 만날 수 있다. 독일인 오너브루어가 운영하는 ‘툼브로이’ 2층 브루펍. 독일 남부의 정통 맥주 라인업과 ‘슈니첼’(아래) 등 독일식 안주류를 만날 수 있다.
동해선 오시리아역 인근 ‘툼브로이’ 브루어리. 동해선 오시리아역 인근 ‘툼브로이’ 브루어리.

영화에 취하고, 수제 맥주에 빠지다

영화 속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술 한 잔 생각나게 마련이다. 이때 부산에만 있는 수제 맥주를 맛본다면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될 터. 알고 보면 부산은 브루어리가 9곳이나 있는 수제 맥주의 도시다. 그중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에는 독일인이 직접 운영하는 ‘툼브로이’가 대표적이다. 동해선 오시리아역에서 멀지 않은데, 2층 브루펍에서는 독일 남부의 정통 맥주를 만날 수 있다. 페일라거 ‘헬레스’, 밀맥주 ‘바이스’, 호밀맥주 ‘로겐’, 다크라거 ‘프랑켄 둔켈’ 등 정규 라인업 4가지를 비롯해 시즈널 라인업도 선보인다. 유럽식 돈가스 ‘슈니첼’, 독일인의 국민간식 ‘커리부어스트’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맥주와 부산의 야경을 동시에 맛보고 싶다면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로 넘어가 보자. 끄티 봉래 8층 ‘사우어 영도’에 가면 ‘와일드웨이브’의 사워(sour) 맥주를 만날 수 있다. 맥주와 함께 통유리창으로 바라보는 야경은 영화의 한 장면보다 아름답다.

부산 영도구 끄티봉래 8층 ‘사우어 영도’에서는 신맛의 사워 맥주와 어울리는 해물찜·문어요리 등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부산 영도구 끄티봉래 8층 ‘사우어 영도’에서는 신맛의 사워 맥주와 어울리는 해물찜·문어요리 등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와일드웨이브 브루어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우어 영도’ 전경.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 와일드웨이브 브루어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우어 영도’ 전경.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

지친 눈에 휴식을…커피 한 잔의 여유

아무리 영화광이라도 스크린을 오래 보면 눈의 피로를 이겨 낼 재간은 없다. 지친 눈도 쉬고 잠도 깰 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 보자. 부산은 전포카페거리를 비롯해 온천천·영도·기장 등 지역마다 특색 있는 카페가 여럿 모여 있다. ‘모모스커피’는 전국구 핫플로, 세계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를 배출한 카페로도 유명하다.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코앞인 본점 입구로 들어서면 도시 속 별세계 같은 정원이 펼쳐진다. 본채와 별채, 야외 테이블까지 앉는 자리마다 풍경이 다채로워, ‘오늘의 커피’를 홀짝이며 영화 대사와 줄거리를 음미하기 좋다.

커피향과 어우러진 바다가 떠오른다면 기장 쪽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베이커리 뮤지엄 ‘칠암사계’는 이흥용 제과명장의 빵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바다전망 카페다. 달음산·칠암붕장어·칠암돌만주 등 지역명이 들어간 빵의 맛과 모양이 특히 재밌다. 칠암의 사계절을 느끼도록 부산 출신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은 1~3층 어디든 막힘 없는 풍경이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모모스커피’ 본점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별세계 같은 초록의 정원이 펼쳐진다. ‘모모스커피’ 본점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별세계 같은 초록의 정원이 펼쳐진다.
부산 기장군 베이커리 카페 '칠암사계'의 루프톱. 이흥용 제과명장의 빵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부산 기장군 베이커리 카페 '칠암사계'의 루프톱. 이흥용 제과명장의 빵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