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의 경쟁 도시는 사우디 리야드와 이탈리아 로마 두 곳이지만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리야드와 그 뒤를 쫓는 부산의 2파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부산의 최종 유치에 변수가 될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에 널리 활용되는 ‘SWOT 분석 기법’을 통해 부산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짚어봤다.
■강점(S):소프트파워와 첨단기술
부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K컬처’로 대표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다. K팝, K드라마, K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를 한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와 ‘블랙핑크’,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는 상업성뿐 아니라 예술성 측면에서도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며 ‘문화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여한 부산연구원 김경수 연구위원은 “소프트파워로 올라간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자연스레 부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유치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강점은 첨단 기술력이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원자력발전 등 최첨단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중 70%에 달하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발전 노하우와 기술력은 매력적이다. 더불어 부산에는 이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아시안게임 등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며, 정재계는 물론 범시민적으로 뜨거운 유치 열망도 큰 강점이 된다.
■약점(W):북한의 견제·부족한 교통 인프라
북한은 지난 6월 BIE에 밀린 분담금을 한 번에 내고 투표권을 회복했다. 북한이 경쟁국 투표는 물론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 중국 또한 2035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을 견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중국에 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부산엑스포 지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일단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리야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월드엑스포 부지 면적과 교통 인프라도 부산의 약점으로 꼽힌다. 부산의 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은 228만㎡로 리야드(600만㎡)보다 좁다. 부산은 활주로 6개를 갖춘 초대형 허브 공항 신설을 강력히 추진하는 리야드에 맞서 2030년까지 가덕신공항을 조기 개항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기회(O):무기명 투표·사우디 인권 논란
‘무기명 투표’ 방식은 부산으로서는 큰 기회 요인이다. BIE는 각 회원국이 어떤 도시에 투표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오일 머니에 이끌려 리야드를 찍겠다고 약속한 나라가 실제로는 부산에 표를 던져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투표가 ‘단판 승부’가 아니라는 점도 유리하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 도시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수 1, 2위 도시를 대상으로 2차 투표가 벌어진다. 부산은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설사 사우디가 앞서더라도 압도적으로 부산과 표차를 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경우 부산은 2차 투표에서 이탈리아 표를 흡수해 역전승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사우디에 번진 인권 논란도 변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8월 “사우디 국경 수비대가 지난 15개월 동안 에티오피아 난민을 최소 655명 학살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를 부인하지만 인권 문제에 민감한 서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큰 공분을 샀다.
■위협(T):‘오일 머니’와 대륙 안배 의식
가장 위협적인 외부 요인은 사우디의 막강한 ‘오일 머니’다. 사우디는 석유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대개조하는 국가 개발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진행한다. 여기에 투입할 예정인 돈만 3조 3000억 달러(약 4315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030월드엑스포에 78억 달러(약 10조 원)를 쏟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는 지난 6월 BIE 총회에서 “100개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 엑스포 전시관 건설, 기술 지원 등에 3억 4300만 달러(약 4500억 원)를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공연하게 ‘머니 게임’을 벌이며 BIE 회원국을 유혹했다.
직전 대회인 2025월드엑스포가 일본에서 열린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인근 지역에서의 잇따른 개최를 꺼리는 이른바 ‘대륙 안배’ 탓이다. 하지만 각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는 대륙 안배 경향이 뚜렷하지만, 월드엑스포는 회원국 투표로 결정되므로 도시 역량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 위원은 “우리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려 마지막까지 힘을 쏟는다면 유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