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차 프레젠테이션(PT) 이후 70표 확보를 전망했다면 지금은 그보다는 많을 것이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9일로 꼭 50일을 남겨 두고 있다.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으로 압축된 유치 경쟁은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국과 이탈리아는 프랑스 파리에 현지교섭 본부를 별도로 설치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본부 구성 대신 여러 행사를 개최하며 막판 교섭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시 관계자는 9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공식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하루 앞서 8일 출국했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상대적으로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부산은 어느새 가장 강력한 후보인 사우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지지세를 확보했다.
정부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매주 지지 국가 득표 현황을 분석하며 교섭 전략을 세우는 가운데,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8월 BIE 181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지표를 분석한 결과 “부산 70표, 리야드 70표”라는 판세를 전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이제 부산은 결코 사우디에 뒤지지 않고, 적어도 여름보다 많은 국가의 표심을 확보한 것으로 자신한다”고 귀띔했다. 확실한 부산 지지표가 80표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유치 과정에서 판세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가 대통령 국정과제로 선정되고 이어 6월 열린 2차 PT 때부터 부산이라는 이름이 BIE 회원국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같은 해 11월 3차 PT에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BIE 대표들 사이에 부산은 무엇을 하려는지 명확하고 차별성이 뚜렷하다는 긍정 평가가 확산됐다.
고조되는 지지세를 더욱 끌어올린 분수령은 지난 4월 BIE 대표단의 현지 실사였다. 국내 분위기 반전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이 월드엑스포 유치 공동합의서를 발표하고, 5일간 시민들이 보여준 유치 열망이 전달되면서 실사는 ‘부산이 가장 잘했다’는 전언이 BIE 회원국에 퍼졌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4차 PT를 주도하고 뒤이어 최근 유엔총회에서 47개국 정상을 만나 활약하면서 부산과 손을 잡으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시 조유장 엑스포유치본부장은 “PT와 실사만으로 시험 치듯 평가한다면 당연히 부산이 가장 우세하고 월드엑스포 최적지라는 데에는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각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지지 국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남은 기간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륙별 판세도 불리하지 않다. 선진국이 많은 유럽과 미주 등에는 각 후보국이 모두 공을 들이지만, 전시관 건립 비용 등을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투자 협력하기 좋고, 민주와 평화, 인권 등의 보편가치들이 잘 정립된 부산이 분명 유리한 점이 있다.
또 실제 투표에서 변수가 될 아프리카와 태평양 도서국, 카리브해 도서국, 중남미 등의 ‘캐스팅 보트’ 국가에서는 사우디와 한국이 사실상 ‘반반’ 확률로 겨룬다고 시는 분석한다.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성장 모델을 적용하려는 개도국이 있는가 하면, 사우디에서 차관을 많이 빌린 탓에 눈치를 보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 따라 보다 끈질기게 마지막까지 본국 교섭과 파리 교섭에 나서면 표 차이가 크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종 투표 1차 라운드에서 최다 득표한 국가가 결국 개최지로 선정됐고, 이게 뒤집힌 사례는 없었다”면서 “지금은 무조건 우리가 된다는 생각으로, 1차에서 반드시 1위를 한다는 각오로 남은 기간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