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언론 기사 노출 외면한 포털, 민의 왜곡 행위다

입력 : 2023-12-12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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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 콘텐츠 제휴사만 검색 대상
지역신문 기회 박탈… 알 권리도 침해

포털 사이트 '다음'(Damu) 로고. 카카오 제공 포털 사이트 '다음'(Damu) 로고. 카카오 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언론수용자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무려 60.4%였다.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긴 2030 세대는 71.5%까지 올라갔다. 일상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곳이 검색 플랫폼(포털)이기 때문이다. 포털로 뉴스를 접한다는 비율은 75.1%로 TV의 76.8%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다. 조만간 전통 뉴스 매체를 따돌리고 포털이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한국의 뉴스 유통은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거대 플랫폼에 잠식돼 있다. 포털에 디지털 공론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뉴스 서비스에서 지역언론과 중소 매체를 원천 배제하는 개편을 단행해 공공적 기능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양대 포털로 꼽히는 다음은 지난달 22일부터 검색 기본 설정을 기존의 ‘전체 언론사’에서 ‘콘텐츠 제휴(CP)’ 언론사로 변경했다. 즉, 검색 결과에 소수의 CP 매체 기사만 노출되는 구조다. 다음 측은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CP 계약을 맺지 못한 대다수 ‘검색 제휴’ 매체는 노출 기회를 박탈당했다. 사용자의 알 권리도 부지불식간에 침해된 셈이다. 다음과 CP 계약을 맺은 매체는 150곳에 불과하고 검색 제휴사는 1100곳이 넘는다.

다음의 이번 조치는 중앙집권적인 여론 지형을 공고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신문협회 소속 지역신문 26곳 중 22곳이 ‘검색 제휴’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포털은 까다로운 CP 심사의 문턱을 만들어 지역언론을 ‘검색 제휴’에 머무르게 해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포털이 검색 결과를 통제해 지역 뉴스 노출을 원천 차단한 것은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도편추방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 조치로 반사 이익을 보게 될 CP 매체는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언론사가 대부분이다. 다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소위 ‘중앙 언론’이 침묵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검색 배제’ 이후 다음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폭락했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린다. 22대 총선에 대입해 보면 아찔하다. 전국의 지역언론이 열심히 총선 기사를 쏟아 내도 다음의 뉴스 이용자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반면 서울 언론이 생산한 수도권 시각의 뉴스만 넘쳐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객관적인 여론 형성 기반이 흔들리고 민심의 왜곡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이 포털을 언론으로 여긴 바탕에는 공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다음이 그 믿음을 지키려면 하루빨리 차별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되거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뒤에 시정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금정산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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