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BMW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양이 개발에 성공한 ‘4695 배터리’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인다.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원통형 배터리 시장 선점 가능성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초기에는 기업들마다 선호하는 배터리 형태가 있었다. 테슬라는 원통형, 현대차·기아는 파우치형, 폭스바겐은 각형이 주로 공급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배터리 형태도 달라졌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주도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원통형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완성차 업체들 뿐만 아니라 배터리 기업들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금양이 4680 배터리 대신 4695 배터리 개발에 나선 것은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양이 내놓은 4695 배터리는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4680 배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5배 높고, 출력은 6배 높다. 생산 비용은 54% 줄이고 주행거리는 16%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4695 배터리는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아 전기차 1대당 팩 생산성을 31%가량 향상시킬 수 있다. 주행거리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에너지 밀도와 품질 안전성 모두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 4695 배터리 개발 성공으로 금양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물론 SK온과 함께 ‘빅 4’에 안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양 정주식 제조혁신센터장은 “금양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따라가기만 하면 시장 진입이 어려워 배터리 연구에 집중했다”며 “46계열 표준형 모델 중 4695 배터리 중심으로 미래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4695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4680 배터리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 4695 배터리는 금양이 2021년 2170 배터리팀을 구성해 개발에 착수, 2022년 8월 품질인증서(SGS)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토대로 개발에 성공했다. 하이니켈 함량이 97%에 달하는 고용량 배터리 양극 소재인 ‘단결정 클러스터’ 양산에 성공한 에스엠랩을 통해 해당 소재를 공급받아 금양의 충전속도 보유기술과 수명연장 장치를 융합했다.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가 2018년 창업한 에스엠랩은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단결정 입자 여러 개를 합성해 첨가제로 단단히 접착하는 기술로 단결정 클러스터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단결정 클러스터는 충전 시간을 1시간에서 15분으로 줄여도 86% 이상 충전이 가능하며, 고온 내구성도 뛰어나다. 금양에 4695 배터리 소재로 공급된다.
■향후 전망은
금양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서 4695 배터리 실물 공개와 함께 상업용 생산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한다.
금양의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말 시운전을 거쳐 2025년 1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금양은 4695 배터리 상업용 생산을 위해 지난해 5월 기술 검토에 들어갔으며 파일럿 설비와 R&D센터를 신축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20분 급속충전이 가능한 원통형 셀 설계 검증을 완료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오리산단 내 건설 중인 2차전지 생산공장도 주목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국내 4번째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이다. 사업비 6000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 말까지 연면적 4만 평,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생산공장이 완공되는 올해 연말 2170 배터리 2억셀(3.7GWh) 라인 설비 설치 시운전을 마친 뒤 내년 1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내년 6월부터 4695 배터리 1억셀(12.5GWh) 양산을 시작하게 되면 내년 말에는 총 3억셀(16.2GWh) 원통형 배터리 전문 제조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3억셀 규모의 양산 체계를 구축해 배터리 상용화를 이루고,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게 금양의 향후 목표다. 특히 4695 배터리의 경우 이미 셀 개발 성공해 공정 검증 중인 만큼 내년 이후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양 이광용 대외협력본부장은 “미국, 중국, 캐나다, 스웨덴 등의 국가기관, 글로벌 인터배터리 관련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