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년 역사 부산 섬유 유산, 청년층에 적극 알릴 것”

입력 : 2024-03-07 17: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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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부산섬유패션연합회장

지난달 제11대 회장으로 취임
병원 운영하며 경은산업 경영
‘뿌리산업’인 섬유업에 애착
“정부·지자체에 정책 제시할 터”

이성근 제11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회장은 “시와 적극 협력해 청년들이 섬유 산업에서 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성근 제11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회장은 “시와 적극 협력해 청년들이 섬유 산업에서 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100년 역사를 지닌 부산의 섬유 유산을 후세대에 적극 알리고, 청년층이 함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취임해 3년 임기를 시작한 이성근 제11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회장은 “연합회장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의사가 본업인 이 회장은 당초 선대부터 운영해 온 직물, 편조원단 및 의류 염색 가공업체 경은산업(주)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2007년 위기에 몰린 회사에 투입됐을 때만 해도 섬유 사업이 사양 사업이라고 판단해 즉각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3개월간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회사가 가진 무형의 자산에 눈을 떴다. 선대의 ‘기술’을 살리자고 결심한 이 회장은 2009년 금융 위기를 되레 기회로 삼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섬유업에 매진하자 중국으로 넘어갔던 주문들이 다시 회사로 몰리기 시작했다.

반 년 안에 회사를 정리하려 했던 이 회장은 18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신발·섬유용 가죽 원단과 함께 자동차와 전자제품용 인테리어, 건축용 타일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변화도 시도 중이다. 이 회장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가계산 방법부터 새로 정립했다”며 “120명이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장 규모도 축소시키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니 회사 회복의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연합회 이사와 부회장직을 맡아 관련 업체들과 소통에 주력했다. 지난해부터는 수석부회장직을 맡아 섬유 산업의 역사성에도 주목했다. 연합회 차원에서 뿌리산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임기 중 주된 목표 중 하나다. 뿌리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뜻하는 말로, 뿌리기술 범위 확대에 따라 뿌리산업의 범위도 14대 산업 111개 업종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때 마스크 제조 인프라가 있어 마스크 주권을 가질 수 있었듯 봉제 기술이 남아있지 않게 되면 우리 스스로 군복조차 만들지 못할 위기가 올 것”이라며 봉제 등이 뿌리산업에서 배제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역이 보유한 오랜 기술 유산들이 후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뿌리산업 범위를 확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국신발피혁연구원 등 국가지원 연구센터도 부산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연구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섬유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역 고교는 물론 대학에도 패션 관련 학과들이 있어 청년들에게 봉제, 염색 등도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또다른 강점이다. 시와 적극 협력해 청년들이 섬유 산업에서 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합회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과거 유산을 토대로 새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이 회장은 “섬유패션 기업들과 끝없이 소통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정책방향을 제시해 위기를 극복하고 해쳐나가겠다”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한편 1997년 부산지역 섬유패션 단체들이 모여 출범한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는 지난해 말 현재 회원사만 7258개사에 달하는 지역 주요 단체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부산시로부터 위탁 받아 2022년 3월에 개관한 부산패션비즈센터를 운영 중이다. 섬유패션산업역량강화 사업을 비롯한 한아세안패션위크,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 한복문화창작소 사업 등 섬유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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