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 건강 위협하는 모듈러 교실 대책 마련하라

입력 : 2024-04-17 05:12:00 수정 : 2024-04-17 10: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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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기 질, 정상 기준치 훨씬 웃돌아
과밀 학급 해소 방안 시급히 수립하길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의 실내 공기 질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학생 건강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강서구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공기 질 검사 결과, 교실 1곳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가 정상 기준치를 훌쩍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지난해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도 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왔다. 이들 학교 모듈러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집 증후군처럼 아토피나 비염, 호흡기 악화 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건강을 위협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024년부터 교내 모듈러 교실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1년에 실내 공기 질 검사 2번 정도가 전부일 정도라고 한다.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된 초등학교 모두 교육청 정기 검사가 아닌,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추가 검사를 요청하면서 기준치 초과 사안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러 교실은 개학 시기에 겨우 맞춰 막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충분한 환기와 공기 정화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자재로 제작을 해도 준공 직후 페인트나 외벽 접착제 등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사람 몸에 축적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부산 지역 12개 구·군에 설치된 826개 모듈러 교실의 69%(573개)가 초등학교에 있다. 어린이들은 유해 물질에 취약한 나이다. 교실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면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과밀 학급 해소 대안으로 각광받는 모듈러 교실은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하고, 가뜩이나 비좁은 운동장에 들어서 공간이 협소해지는 단점도 높은 실정이다. 편리하다는 명분으로 2020년 시범 도입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해당 교실과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불평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다. 행정 편의주의나 건설업체 논리보다는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학습 환경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육청은 단기적으로 모듈러 교실 운영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정기적·과학적·체계적으로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검출될 경우 서둘러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학생 쏠림 현상 및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한 분산 배치 등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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