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가장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검찰 후배 두 사람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곁을 떠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들이다.
■집권 2년만에 검사 출신 최측근 멀어져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칩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선거가 끝난 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한 '한동훈 비대위' 인사들에게 오찬 회동 제안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의는 거절했으면서도 비대위원, 당직자들과는 각각 식사 자리를 마련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서서히 세 결집에 나서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에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 관련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거취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이 총장은 최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KBS 신년대담에서 해당 사건을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음에도 이 총장이 그동안 미뤄오던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그만큼 '용산'의 입김에서 자유로와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 총장은 이번 수사 전담팀 구성에 대해 대통령실에 어떠한 '귀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용산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한 인사는 "특검 때문에 수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검찰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지만,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검찰에서는 임기 2년을 마치고 오는 8월 퇴임을 앞둔 이 총장이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심에 기대 국정주도권 회복 기회
한 전 위원장과 이 총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고동락했다.
나이는 다르지만(한동훈 1973년생, 이원석 1969년생) 사법시험 37회 동기로 윤 대통령과 함께 검찰 내에서 특수부(중앙수사부) 검사로 맹활약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2017~2018년에는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를 맡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을 때 한 전 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 이 총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나란히 좌천됐다.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 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이 총장은 첫 검찰총장으로 각각 발탁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집권 2년 만에 윤 대통령은 자신이 키워냈고, 데리고 썼던 '최고의 칼잡이' 2명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떠나보내게 됐다.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신뢰하던 측근들까지 잃고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검사 후배 2명이 곁에 없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검찰 인맥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국을 바라보고, 법에만 기대지 않고 민심에 중심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