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 수준을 높일수록 난제에 부닥치면서 일각에서는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중국은 관 주도로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등 각국의 자율주행차 개발 움직임이 차별화되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선 국가였지만 로보택시 사고 등으로 불신이 커지자 사업을 중단하거나 상용화를 늦추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와 웨이모는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캘리포니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다른 차량에 치인 보행자가 로보택시에 끌려가는 사고가 발생해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웨이모 무인 로보택시도 트럭 뒤를 따라가는 자전거와 충돌했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고, 2022년에는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시켰다. 애플도 장기간 자율주행에 대해 연구했으나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비정형화된 도로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의 오작동이 큰 인명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려면 99%가 넘은 안전도를 담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셔널의 칼 이아그넴마 최고경영자도 “기술 발전 속도에 만족하지만, 상용화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며 상용화를 연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 바이두는 2021년 베이징에서 첫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10개 도시로 확대했고, 올해 3월에는 우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도 민간의 테스트를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BYD(비야디) 등 9개 자동차 업체가 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의 자율주행 레벨 3·4 테스트를 하는 것을 승인했다.
일본 닛산은 지난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는데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 행동 예측과 차선 변경 여부 판단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올해 4분기 요코하마에서 실증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1~5로 표시한다. 테슬라는 레벨2 정도 기술을 가진 차량으로, 운전자 지원 차량이라 할 수 있다. 레벨3는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지정하고 주행을 하다가, 자율주행이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운전자에게 운전권을 전환한다. 우리나라는 레벨3 상용화도 안됐다. 올 초 제네시스 G90에 레벨3 기술을 넣겠다고 했다가 현대차가 이를 철회했다.
산업부는 2021년 1월 “2027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차량 사고시 책임 소재를 가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훈령은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김승일 모빌리티본부장은 “자율주행차 개발은 사고를 일으키는 오차율을 잡는 문제가 골머리”라며 “자율주행 기술은 다른 나라가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