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공정위서 뺨 맞고 부산서 기공식 취소 화풀이

입력 : 2024-06-16 18: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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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억 ‘과징금 폭탄’ 부과 직후
부산물류센터 기공식 돌연 취소
로켓배송 철수 가능성 없음에도
지역투자 볼모 협박조 여론 몰이
시·상공계·시민단체 등 부글부글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물류센터 착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역 사업을 볼모로 공정위를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 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트럭의 모습(위)과 2021년 6월 부산시와 스마트물류센터 투자협약을 체결하던 모습. 연합뉴스·부산시 제공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물류센터 착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역 사업을 볼모로 공정위를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 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트럭의 모습(위)과 2021년 6월 부산시와 스마트물류센터 투자협약을 체결하던 모습. 연합뉴스·부산시 제공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그 불똥이 물류센터 착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으로 튀고 있다. 쿠팡 측이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데다, 투자 중단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에서는 강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쿠팡 측은 지난 13일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 발표 등을 이유로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기공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도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기공식이 갑자기 무기한 연기되면서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면서 “언론에 물류센터 재검토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쿠팡 측으로부터 투자 철회 등의 결정은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여론몰이에 볼모 잡힌 지역 경제

쿠팡은 2021년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5만 7000㎡ 부지에 남부권 거점 스마트물류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의 MOU를 부산시와 체결했다. 총 2200억 원을 투자하고, 3000명의 인력 고용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현재 쿠팡은 부지 매입까지 마친 상태이며,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달 착공 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쿠팡이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해 부산물류센터까지 거론하자 지역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정 모(36) 씨는 “그동안 검색 알고리즘뿐 아니라 리뷰도 조작했다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면서 “그럼에도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로켓배송을 접을 수 있다느니, 부산물류센터도 재검토한다느니 등의 태도는 소비자와 지역민을 겁박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역 소비자 단체도 쓴 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부산경남 김향란 회장은 “구매 후기나 별점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를 속여 제공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더 문제인 것은 쿠팡의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가 지역 소비자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번 사태에 경각심을 갖고 더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상공계에서도 부산물류센터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쿠팡이 부산물류센터를 담보로 잡고 공정위와 거래를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면서 “부산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물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 것인 만큼 현 상황만으로 투자 철회 등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부산물류센터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번 기공식을 취소한 것은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쿠팡이 이미 부지 매입 등 투자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이를 철회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정위 제재에 대항하기 일종의 ‘엄포’를 놓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쿠팡 여론지지 받기 어려울 것”

쿠팡이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면서 지역 물류센터 투자를 볼모로 삼아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이번 공정위 제재로 인해 사업이 위축되고 신규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13일 쿠팡은 자사 뉴스룸에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며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 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엄포’로 읽히는 부분이다.

현재 쿠팡은 공정위의 상품 검색순위 추천 금지를 로켓배송 원천 금지로 해석한다. 쿠팡 측은 신규 투자가 로켓배송 확대를 위한 계획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와 로켓배송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와 쿠팡 간 엇갈린 주장의 핵심은 사업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다. 현재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PB와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상품 판매자이자 다수의 판매자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을 여러 판매자가 입점한 ‘오픈마켓’ 성격의 ‘플랫폼’에 방점을 찍은 반면, 쿠팡은 로켓배송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 만큼, 스스로를 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상품 판매자로 규정한다. 온라인 검색 순위 역시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 진열대와 다를 바 없다는게 쿠팡의 주장이다. 로켓배송 상품 자율 진열을 막았으니 더 이상 해당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게 쿠팡의 논리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중단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매달 월회비를 받고 14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끌어모았는데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포기하기 어렵다”며 “투자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인데 과징금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제재 결정을 확대 해석한 ‘호들갑’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때문에 로켓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해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은 여론을 오도한다는 것이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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