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안 부른 게 다행" 손웅정 측 녹취 공개에 학부모 "여론몰이"

입력 : 2024-06-29 18: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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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출판사가 주관한 작가사인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출판사가 주관한 작가사인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을 비롯해 아카데미 코치들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손 감독 측 변호사와 피해 학생 아버지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짜깁기 된 내용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지난 28일 디스패치는 지난 4월 SON축구아카데미 소속 김형우 이사(변호사)와 피해 학생의 아버지 A 씨의 협상 녹취록을 근거로 단독 보도 기사를 냈다. 해당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나도 변호사랑 얘기를 했더니 변호사가 '20억 원을 부르고 5억 원 밑으로는 합의하지 말라'고 하더라"라면서 최소 5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김 이사가 "5억 원은 좀 심하다"라며 거절하자, A 씨는 "심한 게 아니다. 연예인이 택시를 타서 택시 운전수를 한 대 때렸다고 2억~3억 원씩 주고 합의하는 판국"이라고 반박했다.

A 씨가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손 감독의 아들이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이었기 때문이었다. A 씨가 "지금 (손흥민이) 4000억 원에 이적한다고 한다"라고 언급하며 그에 비하면 합의금은 소액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 이사가 "(이 사건은) 엄밀히 따지면 손흥민 선수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A 씨는 "손 감독하고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하고 다 껴 있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A 씨는 이어 "합의하려고 하면 돈이 중요한 건데 그만큼 자기들 이미지 실추 등을 다 하면 5억 원의 가치도 안 되느냐"며 "20억 원을 안 부른 게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또 "5억 원을 준다면 내가 김 변호사에게 현금으로 1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A 씨는 합의가 안되면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고 손 감독 측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날 합의는 불발됐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A 씨는 불법으로 녹취된 대화이고, 아동학대란 본질에선 벗어난 여론몰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원 가서 이렇게 돈 많이 요구하고 협박을 해서 합의가 안 됐다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 하려는 것"이라며 "장난 섞인 대화를 임의로 편집해 피해자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 감독과 SON축구아카데미 코치진 2명은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손 감독을 비롯한 3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19일 아동 B군 측이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 9일 C 코치가 B 군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손 감독으로부터도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것을 비롯해 경기는 물론 기본기 훈련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욕을 들었다는 내용이 경찰 진술에 포함됐다.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함께 사는 숙소에서 C 코치에 의해 엉덩이와 종아리를 여러 차례 맞았고, 구레나룻을 잡아당기거나 머리 부위를 맞았다는 주장도 진술서에 담겼다.

손 감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고소인의 주장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 학생의 아버지 A 씨는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런 사례가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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