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수협중앙회 제공
“어민 다 죽이고 외국기업 살찌우는 산자부는 각성하라! 어민 의견 무시하고 환경파괴 앞장서는 환경부는 자폭하라!”
뙤약볕이 내리쬔 16일 오전 경남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 어선 100여 척이 내뿜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성난 군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이날 하루 생업을 접고 뭍으로 올라온 어민만 줄잡아 300여 명. ‘욕지해역 해상풍력 결사반대’를 새긴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이들은 “어민 말살하고 바다 생태계 파괴하는 해상풍력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목청을 높였다.
이날 집회는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가 준비한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다. 욕지도 인근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대한 반대 의지를 다지고 정부와 사업자에게 ‘절대 불가’ 입장을 전달하려 마련됐다.
현재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 총계획 면적 150㎢,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규모다.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되는데, 욕지도 주변이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최적지라는 이유다.
부산일보DB
반면 경남 어민들에게 욕지도 해역은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이다.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이자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선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어장도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판단이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 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도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통영 욕지도 주변 조업 선단 현황. 부산일보DB
이에 어민들은 해상풍력 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른 2019년부터 육상 집회와 해상 시위를 통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이날도 성명서를 통해 “삶의 터전인 바다가 민간업자 돈벌이 장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지금 욕지 앞바다에서 벌어지는 난개발의 근본적인 책임은 결국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면서 “업자들 뒤에 숨어 난개발을 방치하지 말고 입지와 수용성에 문제가 있는 불량 사업들을 즉각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또 환경부를 향해 “거짓과 부실로 교묘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즉각 반려하고 중점평가사업으로 즉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점평가사업이 되면 환경영향평가 시 환경은 물론 각종 자원과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갈등조정협의회’나 ‘전문가 합동현지조사’ 등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협의 절차 과정에 어민들이 이해당사자로 참여해 업계 권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수협중앙회 제공
해양수산부에는 “헌법이 규정한 수산업 보호·육성의무를 더 이상 방기하지 말고 해상풍력으로 인해 무너진 해역 질서를 단호히 바로잡고 수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남도와 통영시, 사천시, 남해군 등 인접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해상풍력으로 야기된 지역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 행정으로 주민과 어민을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조속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특별법은 무분별한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 현재 민간이 주도하는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계획 입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책위는 “사업이 전면 백지화할 때까지 일회성 집회에 그치지 않고 계속 행동에 나서겠다”며 “정부가 우리의 간절한 요구를 무시한다면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