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9㎞ 만취 포르쉐' 사고 유족 "경찰관 솜방망이 징계, 재심의하라"

입력 : 2024-09-09 22:48:53 수정 : 2024-09-09 22: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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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올해 6월 전북 전주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고급 스포츠카의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당시 미흡한 초동 조치에도 경징계를 받은 경찰관에 대한 재심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9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이 사고의 유족이라고 밝힌 이 모 씨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경찰관들의 솜방망이 징계가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며 "만일 경찰이 초동 조치에 미흡하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더 높은 음주 수치가 인정됐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양형 기준은 음주 수치에 따라 형량이 부과되기 때문에 미흡한 조치가 아니었다면 검찰은 더 강력한 처벌을 구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원인은 "재판 과정에서 검사 또한 '피고인에게 위험운전치사상(일명 윤창호법)을 적용했어야 하나,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안일했던 경찰의 초동 대응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경찰의 솜방망이 처벌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합당한 처벌을 강력히 청원하고, 혹시나 가해자에게 어떤 조력자가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재수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게시된 이 청원은 9일 오후 10시 기준 7300여명이 동의했다.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된다.


사고 충격으로 뒤집힌 차량. 연합뉴스 사고 충격으로 뒤집힌 차량. 연합뉴스

앞서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께 전주의 한 도로에서 A 씨는 술을 마신 채 자신의 포르쉐 차량을 시속 159㎞로 몰다가 경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막 면허를 취득할 나이가 된 경차 운전자 B 양이 사고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숨지고 동승해 조수석에 앉은 또래 친구도 크게 다쳤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채혈하겠다'는 A 씨의 말만 믿고서 홀로 병원으로 보내 음주 정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관들의 초동대처 소홀과 뒤늦은 음주 측정으로 포르쉐 운전자 A 씨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0.036%라는 최소 수치만 적용받은 채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그에게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후 전북경찰청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전 여의파출소 팀장에게 경징계인 감봉 1개월을, 팀원 3명에게는 행정처분인 불문 경고 처분을 내렸으나 '제 식구 감싸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최종문 전북경찰청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청장 시절 징계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별도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가벼운 징계가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에 일부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팀장이 현장에 가서 제대로 지휘만 했다면 (음주 측정을 제때 했을 거라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으며,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분들한테 죄송스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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