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폭우에 과일·채소 폭등 조짐

입력 : 2024-09-23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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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딸기·대저 토마토·단감 등
대규모 침수·일소 피해로 타격
쌀 농가는 벼멸구 병충해 이중고
올 초 ‘금사과 사태’ 확산 우려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서 한 농민이 지난 폭우에 침수된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모종을 건져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서 한 농민이 지난 폭우에 침수된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모종을 건져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9월까지 이어진 폭염에 기록적 폭우가 겹치면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딸기, 토마토 등 과일은 물론 쌀, 채소 같은 주요 식재료도 피해가 컸다. 올해 초 ‘금사과 사태’가 전 작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매 유통가에선 벌써부터 채소·과일 가격이 오름세다.

이번 가을 폭우는 정식(모종 심기) 시기가 가을인 과일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딸기가 특히 피해를 봤다. 경남 딸기 농가에 따르면 올해 딸기 정식은 폭염에 이어 폭우가 덮치면서 시기를 놓쳤다. 딸기 정식 시기는 보통 9월 초다. 경남엔 9월 하순까지 30도 후반대를 기록했다. 특히 시설하우스는 50도까지 치솟았고, 농민들도 정식을 미룬 상태였다.

경남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전주환 씨는 “폭염에 이어 폭우도 찾아와 딸기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곰팡이 피해도 우려된다”며 “경남은 전국 딸기 생산량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주산지인데, 제대로 딸기가 열릴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대저 토마토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직접 씨앗을 구입해 자가 육모를 하는 농가 피해가 심했다. 자가 육묘의 경우 9월에 모종을 심는다. 특히 대저 토마토 농가들은 최근에 자가 육묘에 들어갔거나 정식을 마친 상황이다. 그래야 1월 조기 출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비로 대부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대저2동 정관마을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권 모 씨는 “이번 비로 피해액만 수천만 원에 달한다. 토마토 농가 대부분이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피해는 제철 과일과 채소 재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감과 사과는 대규모 일소(햇볕 데임) 피해가 발생했고 배는 알이 굵어지지 않는 피해를 봤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이어진 역대급 폭우로 부산에서는 벼 1537ha, 채소 206ha 등 총 1763ha에 달하는 비 피해를 봤고, 경남에서도 벼와 시설하우스, 노지 등에서 723ha의 피해가 났다. 농민들이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지만 앞으로 병충해 등 2차 피해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남 쌀 농가들은 벼멸구 피해도 커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남 사천과 산청, 거제 등에서만 1475ha에서 벼멸구가 발생했다. 벼멸구 피해는 9월 이상 고온 때문에 더욱 확산했다는 게 농가들의 증언이다.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농작물 가격 폭등을 걱정하고 있다. ‘2020년 10월 사태’ 재현 조짐도 보인다. 당시 10월 기온이 크게 오르며 딸기나무 상당수가 고사했고 이듬해 전국 딸기 가격이 크게 뛰었다. 지난해에는 냉해 등으로 과채류 출하량이 급감했고 사과와 딸기 등이 여러 달에 걸쳐 가격 급등 현상을 보였다. 특히 사과는 5만 원 안팎이던 후지 품종 10kg 가격이 10만 원까지 치솟으며 ‘금사과’ 용어까지 나왔다.

실제 농산물 유통가에선 가격 오름세도 확인된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폭우 직전인 지난 21일 서울 가락시장 기준 사과 특품 10kg 도매가격은 10만 9941원으로, 전날 대비 3만 6687원이 오르는 등 주요 과일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경상국립대 김윤식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폭염과 폭우 피해에 이어 기온까지 뚝 떨어졌다. 이러면 농작물이 제대로 적응 못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 먹을 수는 없고 물량은 줄어 가격은 급등한다”고 우려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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