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는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금투세 유예론에 다시 힘 실어

입력 : 2024-09-30 10:07:5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지난 29일 MBN 방송 인터뷰에서 “금투세 지금 하면 안 된다는 정서” 강조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강조…중도표심 공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주식시장 선진화 이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금투세 당론 결정을 앞두고 이 대표가 다시 유예에 힘을 실으면서 유예 당론 채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념성향에 대해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방송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도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시행)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있어서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에 대해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단속하고,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과 수익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을 안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들이 다 되고 난 다음에나 (금투세를 시행)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투세의 경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따르는 세금이어서 진보 진영에서 시행 요구가 거세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금투세 유예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을 당론으로 결정하라”면서 “원칙 없이 눈치보며 금투세를 유예하면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며 금투세 유예론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이고 “이상을 품은 실용주의자”라면서 “명확하게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과격한 좌파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대를 하는 분도 있다”면서 “저는 사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금투세 유예 주장과 실용주의 선언은 지난 전당대회 이후 이어지고 있는 ‘우클릭’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을 통해 당을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재편하고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기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투세 유예 등 감세론을 펴며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금투세 당론 결정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유예론에 힘을 실으면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의 강성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금투세 유예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30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자본시장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국 경제와 경쟁을 해야 하는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이 투자를 해 줘야 경제가 살아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금투세 관련해서는 경제를 살리고 시장을 살리고 주식시장을 살리고 해외시장과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 고민이 같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