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대학 진학, 성적순으로 뽑는 건 공정 아냐”

입력 : 2024-09-30 13:39:35 수정 : 2024-09-30 14: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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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는 게 잘못 아냐…아이 행복 고민해야”
사교육 분산·수도권 집값 완화 의도로 보여
서울대 ‘지역별 비례 선발제’ 도입 시…부산 193명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 총재 의견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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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든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한국은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이 빠져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만나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은이 최근 내놓은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 제안과 관련한 논란에 이 같이 해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만나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든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한국은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이 빠져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은이 최근 내놓은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 제안과 관련한 논란에 이 같이 해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보고서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헌’, ‘강남 역차별’ 등의 반박에 대해 이 총재는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 그런 각도의 내용”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강남 사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 강남 부모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섯살 때부터 학원 보내고 이게 행복한 건지, 나중에 좋은 대학 가서 부모 요구 달성하면 되지만, 달성 못 한 아이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운 것으로,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2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위권 대학에서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에도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지역별 비례 선발제 전면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서울 강남3구 등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과열이 잠재력 높은 지방의 인재 선발을 가로막아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그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방안”이라며 “교육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상위권 대학의 특정 지역 입학생 비율, 사실상 서울 또는 강남 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 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는 현재 학과별 선발 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 선발제는 각 대학이 신입생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2025년 서울대 입학정원인 3522명에 작년 말 지역별 만 17세 인구 비중을 적용하면 서울은 16.1%인 약 567명, 부산은 5.5%인 193명, 광주는 3.2%인 113명을 뽑게 된다. 한은이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필요하다고 본 것은 서울과 비서울 학생의 잠재력 차이에 비해 주요 대학 진학률 차이가 과도하게 크기 때문이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은의 교육 등 구조 개혁과 관련한 의견 제시에 대해 “우리(한국 사회)가 여러 과제를 갖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한은이 문제를 제기해줘서 감사하다”며 지지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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