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민관 거버넌스·집중 투자… 침체 도시 부활의 조건

입력 : 2024-09-30 20:20:00 수정 : 2024-09-30 2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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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산실 핀란드 탐페레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비롯
‘V자 반등’ 증명한 세계 도시
경제·인구 위기 극복 본보기
선택과 집중 통한 투자 관건

메이필드. 메이필드.

‘V자 반등’은 가능하다. 〈부산일보〉가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시 회복력’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부산은 도시 활력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돼 있지만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는 ‘V자 반등’에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급감하는 인구와 정체된 지역 내 총생산과 기업 창업 등 부산이 걱정하는 수치에서 V자를 그리며 도시 자체의 회복력을 증명한 도시다. 현지에서 확인한 이들 도시의 회복 비법은 ‘집중 투자’와 ‘민관 합동 거버넌스’였다. 도시 활력 회복을 위해 과감한 산업, 교육, 환경 개선 투자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민관이 하나가 됐다.

〈부산일보〉는 지난 6월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록펠러재단이 선정한 ‘회복력 있는 도시’를 직접 탐방했다. 이들 도시는 산업 변화, 인구 변화 등의 원인으로 침체를 겪었지만 회복에 성공했다. 핀란드 ‘제2 도시’인 탐페레와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은 각각 주력 산업의 쇠퇴, 금융위기로 인한 채무 급증이라는 경제 위기에서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노키아의 산실 격인 탐페레는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지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도시 활력이 떨어졌지만, 기존에 축적한 IT 분야 기술력과 산학협력이라는 특장점을 활용해 스타트업 강자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탐페레에는 기업과 예비 창업가를 연결해 실질적으로 스타트업 설립을 지원하고, 실제 창업 경험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를 토대로 2014년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탐페레의 기업 순창업(창업-폐업)은 V자 반등에 성공했다.

리스본은 2010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속에 급격한 부채 증가로 강력한 자구 노력을 단행했다. 또 활발한 해외 투자·인력 유치와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통해 최근에는 가장 성장세가 빠른 도시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IT 행사인 ‘웹서밋’을 2016년부터 줄곧 개최하는 등 서유럽 지역의 IT 기반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던 리스본 인구는 2014년부터 반등을 시작해 V자형 회복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국 카디프도 산업 투자를 통해 도시 활력을 회복했다. 카디프는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수십년 동안 제 기능을 못한 항구를 비롯해 도시의 주요 인프라에 대해 지방정부 주도로 개선작업에 나서 도시의 이미지를 바꿨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경우 2011년 강력한 지진으로 도시 전체를 재건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2012년 크라이스트처치 GDP는 전년 대비 3%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서 크라이스트처치 GDP는 2013년 곧바로 2011년 수치를 회복했고 이후 우상향하는 V자형 회복에 성공했다.

이들 회복 탄력성 있는 도시의 특징은 민관이 머리를 맞대 의사를 결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데 있다.

리앤 달지엘 전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지진 이후 도시 재건 방향을 결정하는 데 시민들이 적극 참여했고 결국 민관이 하나가 돼 사업 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도 경제 활력 저하, 인구 감소, 기후 변화 등의 위기에 대응하고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선 민관 거버넌스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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