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역대급 폭염은 올겨울 역대급 한파 예고편

입력 : 2024-10-07 18: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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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폭염’ 표현 낳은 극한 날씨에
동아시아 혹한 가능성 점점 커져
라니냐로 한파 유입되면 기온 뚝
온난화로 제트 기류 변수도 증폭

지난해 12월 20일 매서운 한파로 인해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갯바위에 바닷물이 얼어붙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20일 매서운 한파로 인해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갯바위에 바닷물이 얼어붙었다. 부산일보DB

부산 역대 최장 연속 열대야 기록, 추석 연휴의 ‘가을 폭염’, 하루 400mm 가까이 쏟아진 ‘극한 호우’까지 이상 기후라고 부를만한 현상이 올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뒤 한파’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지구 온난화 등 각종 요인으로 인해 올겨울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2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전망했다. 10~12월 사이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데, 보통 라니냐가 발생하면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겨울이 전체적으로 추운 경향이 있어서다. 라니냐는 서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해 열대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기상청은 올해 10~12월 3개월 전망에서 10월 기온은 평년의 14.3도보다 높을 확률이 높고, 11월은 평년의 7.3도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겨울에 접어드는 12월은 평년의 1.1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울경의 경우 10~11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높고 12월부터는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부울경 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비슷할 확률이 50%, 낮을 확률이 30%, 높을 확률이 20%로 봤다.

올겨울이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가정해도 부산의 경우 공식적으로 한파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기상정보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의 수를 뜻하는 ‘한파 일수’가 부산에서 기록되는 해가 2010년대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부산은 대체로 겨울에도 온화한 편이라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문데, 2011년과 2021년, 지난해까지 3차례나 한파가 발생했다. 2010년대 이전 부산의 공식 한파 기록은 1977년 2월 16일의 영하 12.6도가 마지막이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지난달 15~21일 해수면 평균 온도가 26.1도로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라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다른 기후 감시 요소도 고려해야 하지만 라니냐가 발달하게 되면 차고 건조한 북풍 계열의 바람이 유입되며 대체로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니냐의 발달로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도 이런 극한 기후를 부추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은 상태인데, 남쪽과 온도 차가 커지면 제트 기류가 발달하게 된다.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이동하면 한반도에는 차가운 공기가 더 많이 내려오게 되고 이로 인한 폭설과 한파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제트 기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면 기온은 높아져 올겨울 기후 변동성이 클 가능성도 있다.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기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고, 온난화와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져 극한 기후의 전 세계적인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구 평균 온도가 현재까지 1.2도 상승했고 2030년까지 1.5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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