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해변·광안대교 야경, 콘텐츠 더해 명품으로 다듬자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입력 : 2024-10-16 18: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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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광안리

천혜의 경쟁력 갖춘 관광 자원
미디어아트·패키지 코스 개발 등
킬러 콘텐츠 더해 세계적 명소로
보행·휴식공간 부족한 테마거리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정비해야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맨 오른쪽) 원장 등 전문가들이 지난 7일 광안리 테마거리에서 공공디자인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 아래는 테마거리에 있는 백남준 작품. 이재찬 기자 chan@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맨 오른쪽) 원장 등 전문가들이 지난 7일 광안리 테마거리에서 공공디자인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 아래는 테마거리에 있는 백남준 작품.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광안리는 ‘MZ세대 핫플레이스’다. 해운대해수욕장에 밀려 ‘만년 2인자’ 신세였던 광안리는 2003년 광안대교가 들어서고 해변을 따라 횟집, 음식점, 카페 등이 성업하면서 부산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해운대에 짐을 풀고, 광안리에서 노는 일정이 공식화됐다. 하지만 ‘글로벌 명품 관광지’ 수식어를 붙이기엔 아직 2% 모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킬러 콘텐츠 발굴… 세계의 광안리로

지난 7일 오전 9시 부산 지역 디자인 전문가들과 광안리를 찾았다. 안개비가 흩날리는 날씨에도 사진을 찍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해수욕장 만남의광장에 들어서자 광안대교가 멋진 위용을 뽐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74억 원을 들여 광안대교 주케이블·행어로프·트러스 등에 설치된 LED등을 기존 7000개에서 1만 1450개로 늘리는 등 경관조명을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또 경관조명과 레이저 빔라이트를 활용해 요일별, 계절별, 행사별로 77종에 이르는 미디어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동행한 디자인 전문가들은 광안대교 경관조명을 활용한 킬러 콘텐츠 발굴 등을 통해 광안리해변을 글로벌 관광지로 도약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 원장은 광안대교 명품화의 롤 모델로 영국 런던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9개의 다리를 아름답고 화려한 빛으로 밝혀 예술적으로 재탄생시킨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를 꼽았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강변에서 조명이 켜진 다리를 조망하거나, 배를 타고 다리 밑으로 가서 머리 위로 ‘세상에서 가장 긴 공공 예술작품’을 감상한다. 칙칙하고 악취가 풍기던 템스강은 야경 명소로 인파를 끌어모으고 런던은 예술 도시로 재평가 받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클랜드 베이브리지도 야간 경관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주변 상가 수익이 30% 넘게 증가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냈다.

홍콩 야경 명소 침사추이처럼 관광객이 차량이나 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고 음식을 맛보고, 야간 경관을 즐기는 패키지화된 투어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원장은 “광안대교 경관은 특화 콘텐츠가 미흡해 광안대교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콘테스트나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관광객 만족… 모두의 광안리로

광안리는 도심 속 천혜의 해변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1.3km에 이르는 해변을 따라 주거지와 음식점, 관광·숙박시설이 늘어서 있다. 관광 기능을 강화하면 주민 쾌적도가 떨어지고, 주거 편의성을 우선하면 관광지 매력이 퇴색된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광안리가 ‘모두를 위한 해변’이 되려면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는 통합적 프리미엄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광안리 해변 공간 브랜딩, 접근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광안리테마거리 역시 2003년 조성된 이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노후화와 좁은 보행 공간, 휴식 공간 부족 등을 지적받는다. 실제 이날 취재진이 둘러본 광안리테마거리는 보행로 곳곳에 돌출돼 있는 상징물과 조각석 탓에 시민들이 발밑을 주시하며 걷기 일쑤였다. 부산시와 수영구, 부산관광공사가 설치한 안내 표지판도 중구난방으로 들어서 있었다. 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박영심 소장은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품이 관리 부실에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민 민원으로 철거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광안리해변을 브랜딩할 수 있는 특화된 공공디자인과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하고, 민관이 함께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적, 성별, 나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광안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수영구청도 ‘광안리 해변 테마거리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통해 해변 일대에 새로운 시설과 콘텐츠를 덧입힌다는 구상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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