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도 없는데 차량 정지…답답함 없앤 똑똑한 신호등 거제 여중생이 만들었다

입력 : 2024-10-22 10:44:26 수정 : 2024-10-22 16: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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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예술중 2학년 장자영 학생
전국학생발명품대회 ‘장관상’
예술·과학 융합 교육 성과 평가


거제 장목예술중학교 2학년 장자영 학생(오른쪽)이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왼쪽은 박상욱 교장. 장목예술중 제공 거제 장목예술중학교 2학년 장자영 학생(오른쪽)이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왼쪽은 박상욱 교장. 장목예술중 제공

“학교 오갈때 마다 보행자가 거의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리면 너무 답답했어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경남 거제의 한 중학생이 불필요한 보행자 신호등 작동을 최소화하면서 보행자 안전과 원활한 차량 통행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는 ‘지능형 신호등’을 발명해 화제다.

주인공은 장목예술중학교 2학년 장자영 학생. 장 학생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최한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과기부 장관상’을 받았다.

1979년 시작된 이 대회는 전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겨루는 무대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1만 1589명이 출전, 지역대회를 거쳐 선발된 300명이 본선에 올랐다. 심사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 전문가 4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위원장 이춘식 한국기술교육학회장)가 맡았다. 심사위는 창의성과 탐구성, 실용성, 노력도, 경제성 등을 기준으로 최종 수상자를 가렸다.

장자영 학생 발명품은 ‘보행자! 운전자! 모두 다 “No! 답답! 신호등”’이다. 이 신호등은 보행자 안전과 원활한 차량 통행을 동시에 보장한다. 보행자 신호가 불필요하게 작동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교통약자를 배려하면서도 소음 발생 없이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위험한 상황에 보행자에게 경고하면서도 강압적 제제가 아닌 편의와 안전에 집중했다 여기에 태양광 패널과 압전 센서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도 극대화 했다. 간단한 코드 변경을 통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지역이나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곳에도 적용 할 수 있다. 심사위는 일상 속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평가했다.

장자영 학생의 이번 수상을 두고 장목예술중의 남다른 교육 철학이 결실을 맺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장목예술중은 예술 중심 교육 과정 속에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에 집중해 왔다.

장 학생 본인도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 원리와 창의적인 생각이 발명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하며 “더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창의적인 발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성취가 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상욱 교장은 “예술과 과학이 융합된 교육이 미래 인재 양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입증한 사례”라며 “‘미래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는 교육 철학을 토대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거제 장목예술중학교. 부산일보DB 거제 장목예술중학교. 부산일보DB

한편, 장목예술중은 1953년 개교한 장목중학교를 모체로, 지난해까지 졸업생 7200여 명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 사학이다. 하지만 지리적 환경과 학령인구 등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지 못해 뒤쳐졌고, 2021년 전교생이 19명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다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중등교사 양성 과정인 교직학부 교수를 지낸 박상욱 교수가 제11대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박 교장은 학생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 경남 최초 실용음악 중심 특성화중학교로 거듭나며 작지만 강한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8월엔 연세예술원과 실용음악 교육 강화를 위한 교류 협약을 맺고 차세대 K팝(K-pop) 인재를 육성 중이다. 연세예술원은 보컬그룹 스윗소로우 멤버인 김영우가 주임교수, 가수 싸이가 특임교수로 있는 국내 최고의 예술 교육 기관이다.

덕분에 교육부 주관 ‘2023 농어촌 참 좋은 학교’에 선정돼 교육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지난 7월엔 일본 오사카 건국중학교와 상호교육교류 협약(MOU)을 체결,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케이팝(K-pop)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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