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22대 국회 첫 국감…여야, 정쟁만 이어가

입력 : 2024-10-24 16:00:54 수정 : 2024-10-24 16:33:2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여당은 김건희 여사 지키기, 야당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
시민단체도 “감사기능을 상실”했다며 ‘D마이너스’ 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5일 각 상임위별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국감에 대해선 ‘명태균 블랙홀’이 모든 현안을 덮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도 “감사기능을 상실했다”며 ‘D마이너스’ 점수를 줬다. 부산시도 3년 만에 국감을 받았으나 정치 공방만 이어졌다.

국회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임위는 25일 종감을 진행한다. 지난 7일 시작해 3주를 계속한 올해 국감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번 국감에선 출석도 하지 않는 명태균 씨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과거 국감에서 정책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 든 의원이 ‘스타’가 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명태균 논란’은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 출석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명 씨와 관련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명 씨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폈다. 여권을 향해선 “나를 내버려두라”고 경고했고 검찰 수사가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 김건희 여사 관련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대다수 언론도 국감 현장 대신 명 씨의 집 앞에 몰리면서 국감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낮아졌다.

여당에선 법사위에서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맞불을 놨지만 명 씨와 주변 인물들의 폭로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지 못했다. 복지위에서도 이 대표의 응급의료 헬기 이송 문제를 지적했지만 새로운 ‘팩트’가 없었다.

여야가 정쟁에 집중하면서 이번 국감에선 정부 부처 등 기관 증인이 아닌 일반 증인 채택과 불출석, 동행명령장 발부가 줄을 이었다. 지난 22일까지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5개 상임위에서 17건에 달했다.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의 경우 경찰이 경호를 이유로 집행을 막아서면서 입법부의 행정절차를 행정부 기관이 막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졌다.

여야가 정치공방에 집중하면서 정책 현안은 사라졌다. 시민단체의 국감전문 모니터단인 ‘국감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에,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방어에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1, 2주차에 630개 피감기관 가운데 209개 피감기관(33.2%)은 국감에서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감사대상기관은 역대 최다(802개 기관)였지만 위원회별 평균 9.6일의 형식적 국감이 진행됐다.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D마이너스’ 평점을 주면서 “감사 기능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부산시도 3년 만에 국감을 받았지만 ‘2030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론을 놓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이는 데 집중하는 등 정쟁이 이어졌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국감에서 지역 현안을 챙기는 대신 정치 공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정책 현안을 챙기거나 가덕신공항 건설 등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가덕신공항 공사 입찰 문제를 지적하며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 취소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약속받았다. HUG 24일 국회에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구제 방안을 법률로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해사법원 설치’ 문제를 지적했다. 곽 의원은 “20대 국회나 21대, 22대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해사법원 설치에 대해 다양한 법안을 냈다”면서 부산 출신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게 “고향인 부산을 위해 가지고 한번 역할을 해 주실 때”라고 당부했다.

교육위 국감에선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부산대 의대의 교육환경 개선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신문지를 펼쳐 보이며 “의대생 1인당 전공 강의실 활용면적이 2027년도 되면 0.88㎡, 딱 신문지 한 장” 면적이라며 “이래서야 (제대로 교육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