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자원봉사의 힘

입력 : 2024-10-24 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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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봉사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태안의 기적’이다. 2007년 12월 유조선 기름 유출로 시커멓게 변한 태안 앞바다를 청정 바다로 되살린 게 자원봉사의 힘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평범한 시민들이 시커먼 기름띠를 바가지로 퍼내고 갯바위에 달라붙은 기름을 일일이 닦아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해 연말을 태안에서 보냈고 이듬해 4월까지 123만 명이 참여했다. 절망의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바꾼 건 이들 자원봉사자가 함께 만든 기적이었다. 유네스코는 2022년 태안 자원봉사 역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런데 부산이 한국 자원봉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한국 최초의 자원봉사 민간단체인 한국자원봉사연합회가 탄생한 곳이 부산이다. 1991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상부상조하는 정(情)의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선포하고 초대 이사장에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추대했다. 이를 계기로 1995년에는 부산시자원봉사센터가 문을 열었고 전국의 자원봉사센터 네트워크 구축을 이끌었다. 이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인류애를 꽃피웠던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자원봉사의 도시 부산에서 세계자원봉사대회가 열린 건 그래서 더 뜻깊다.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27회 IAVE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에는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94개국에서 140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 자원봉사의 역할과 인류의 미래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번 부산대회에서는 UN이 정한 ‘2026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앞두고 자원봉사의 중요성과 전 세계의 행동을 촉구하는 ‘부산선언’이 발표돼 그 의미를 더한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서로 도우며 살았다. 인류의 역사가 곧 자원봉사의 역사인 셈이다. 현대에 이르러 자원봉사는 단순히 도움의 손길이라는 의미를 넘어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키는 역할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로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이는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 가치와도 맞닿는 지점이다. 세계자원봉사대회 개최를 계기로 부산의 도시 품격과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지길 기대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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