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주의 한국 위기… 부산 중심 혁신역량 키워야" [2024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입력 : 2024-10-24 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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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세션 1. 지속가능 대한민국 최후 보루, 부산

박형준 부산시장 기조연설
양대 지역 축 붕괴 불균형 심화
거점도시가 국가 성장 열쇠
파격적 규제 해소·특례 필요
대기업 지역 이전 유도해야

‘2024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가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 조선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지속가능 대한민국을 위한 최후의 보루, 부산’을 주제로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왼쪽)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4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가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 조선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지속가능 대한민국을 위한 최후의 보루, 부산’을 주제로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왼쪽)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4일 열린 ‘2024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제1세션은 ‘지속가능 대한민국을 위한 최후의 보루, 부산’을 주제로 수도권 일극화가 초래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위기 극복 해법 등을 놓고 밀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부산 거점으로 한국 혁신 이끌어야”

박형준 부산시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강남 감각’에 지배된 엘리트 사회가 수도권 일극주의의 과실을 독식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은 물론, 잠재 성장력 저하, 초저출생, 사회적 격차 심화라는 대한민국의 3대 위기를 초래했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박정희 시대 발전국가 모델이 성공했었던 이유는 부산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제조업 단지를 만들고 경부고속도로로 연결해 산업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부산이 성장 억제 도시로 묶이면서 경부축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호남축도 발전하지 못하면서 수도권 일극 체제로 귀결됐다”고 진단했다.

양대 지역 축이 무너지면서 영호남의 청년들이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가고, 대기업 본사 95%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서울 강남에 기반을 두고 집을 갖거나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갖게 됨에 따라 강남 감각에 지배된 정책 집행이 이뤄지면서 수도권 일극화를 가속화시켰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박 시장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열쇠는 혁신 역량을 갖춘 거점 도시를 얼마나 골고루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며 혁신·발전에 성공한 나라와 정체된 나라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미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끊임없이 혁신 거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는 물론,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까지 모두 혁신 거점이 되고 있다”며 “이는 혁신 잠재력이 높은 독일, 네덜란드 등도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의 인구 분포와 지역 경제 역량을 지도로 만들면 잘 생긴 고래 모델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프랑스처럼 수도권만 비대화된 ‘아귀 모델’ 국가들은 각종 사회 문제와 성장 동력 쇠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래 모델’은 골고루 덩치가 큰 고래처럼 거점 도시가 여러 곳인 국가를, ‘아귀 모델’은 입만 큰 아귀처럼 수도만 발달한 국가를 말한다.

박 시장은 지역 소멸과 대한민국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혁신 역량의 고른 분산과 증대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부산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도시 브랜드가 급상승하고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과 가덕신공항을 연계한 물류 인프라 등 남부권 혁신거점이자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며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부산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중앙정부가 국가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는 한편 부산 스스로도 잠재력을 보여주는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격 특례로 대기업 이전 유도해야”

이어 진행된 박 시장과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 간 대담에서는 저출생과 청년 일자리 등 부산의 당면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해법이 제시됐다.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박 시장은 부산시의 다양한 출산 지원 정책과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구조로의 제도적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정주 요건을 개선하고, 아이의 미래에 대해 지역 사회가 책임을 공유한다는 인식을 청년세대에게 심어 주는 것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경제 수준과 학력이 올라가면 출생률이 떨어지는 건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교의 영향력이 강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심각하다”며 “MZ세대는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남성 중심 가정제도, 순혈주의 등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결혼, 출산, 육아가 정서적 행복감을 준다는 인식을 청년세대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유출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규제 해소와 특례를 통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박 시장은 “기존 산업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혁신기업으로 전환시키고, 부산을 물류, 금융, 신산업, 문화, 관광 중심 도시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지산학 협력과 라이즈 사업 등 대학의 혁신을 통해 부산에서 배출되는 청년들을 첨단산업 인재로 키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시가 기회발전특구 지정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쏟는 것도 이 같은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대기업 중 하나는 적어도 수도권 일극주의 해소를 위해 지방으로 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특별법 시행으로 상속세가 없어지는 등 기업 유치에 훨씬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지면 많은 기업들을 부산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오피니언 리더 상당수가 지방 출신이어서 지방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정치, 관료, 대학, 언론이 서울 강남판으로 바뀌면서 온통 수도권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며 “고래 모델로 가려면 정치 제도를 고쳐야 하고, 대학 입시에서도 파격적인 지역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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