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폭염에 단풍도 ‘지각’… 오대산만 홀로 ‘절정’

입력 : 2024-10-28 18: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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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들 최저기온’ 조건 못 미쳐
10월 말 물드는 금정산도 무소식
강풍·비에 가지 앙상한 나무 속출

28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서 금성동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산성고개 인근 벚나무의 잎이 늦더위와 잦은 비, 강풍으로 인해 단풍이 들 시기를 맞기도 전에 대부분 떨어져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28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서 금성동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산성고개 인근 벚나무의 잎이 늦더위와 잦은 비, 강풍으로 인해 단풍이 들 시기를 맞기도 전에 대부분 떨어져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유례없이 이어진 늦더위에 전국적으로 단풍이 전반적으로 늦게 찾아왔다. 또 단풍이 시작됐더라도 짧게 끝나거나,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잎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장산, 월출산, 두륜산, 한라산 등 4곳은 아직 단풍이 시작되지 않았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단풍을 관측하는 전국 산 중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룬 곳도 오대산이 유일하다.

늦은 단풍의 원인은 늦더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설악산의 첫 단풍이 평년보다 6일 늦고, 지난해보다 4일 늦은 지난 4일 시작됐다. 하지만 설악산은 아직 단풍 절정에 이르지는 못했다. 단풍 시작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단풍 절정은 80%가량 물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단풍은 통상 시작되고 약 20일 이후에 절정에 이르는데 설악산의 경우 20일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 절정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최저기온이 영상 5도 이하로 내려가야 나뭇잎 엽록소가 파괴되며 단풍이 든다. 하지만 ‘가을 폭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더위가 이어졌고, 최저기온도 높게 유지되면서 단풍이 물들 틈이 없었다.

실제로 부산 금정산의 경우 보통 11월 초 단풍이 절정을 이루지만,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잎이 물들기 전에 비나 강풍으로 인해 잎이 다 떨어져버리는 현상도 관측됐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금정산의 경우 10월 말, 11월 초에 단풍이 물드는데 10월이 끝나가는데도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았다”면서 “산성고개에서 산성마을로 넘어가는 지점의 벚나무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다 떨어져 버렸다”고 전했다.

이상기후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늦은 단풍과 함께, 금정산에서 꽃이 일찍 개화하는 현상도 관측된다. 유 부회장은 “보통 봄에 꽃이 피는 아로니아 나무에 꽃이 피어 이상기후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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