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6조 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시장금리가 떨어졌지만, 대출 규모가 커지며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손쉬운 ‘이자장사’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 58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한 규모다.
먼저 리딩뱅크를 두고 다투는 KB금융와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모두 설립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KB금융의 1~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 3953억 원,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3조 9856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3조 2254억 원, 우리금융은 2조 6591억 원, 농협금융은 2조 3151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 역대 최대치며 우리금융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나타냈다.
주요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환경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풀이된다. 금리 하락기에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불어나며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은행들이 대출에 가산금리를 붙이며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기에도 서민 등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비판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된 ‘제9회 금융의날’ 기념식에서 “최근 은행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도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과연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말 “은행들이 여러 노력을 해온 것은 알지만 과연 반도체나 자동차 만큼 다양한 혁신을 했기에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둔 것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