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전기차와 관련한 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은 IRA에 근거해 최대 7500달러(한화 1000만 원 상당)에 이르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IRA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폐지에 무게가 실린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전기차 보급이 지연되면서 이른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더욱 길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IRA 보조금을 겨냥해 미국 현지 생산 거점 설립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 전기차 사업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설립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친환경차 규제 연기까지 맞물리면 고정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HMGMA가 바이든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데 최종 실패한 만큼 지나친 불이익은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받지 못한 세액공제 규모를 4600억~4800억 원 상당으로 파악한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이미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받던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배터리업계다. 이들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함께 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도 폐지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AMPC 혜택을 받기 위해 각각 완성차업체와의 합작 법인 또는 단독 공장 형태로 미국에 공장을 활발하게 짓고 있다. 캐즘으로 인한 영업 손실을 AMPC로 메우는 상황에서 AMPC 폐지 땐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관련 업계도 타격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캐즘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배터리 등 관련 수요도 줄어들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치적인 의도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국에 진출한 외국 업체에 실제 피해를 주기보다는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때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대규모 외자 유치를 끌어낸 바 있다. 부경대 안상욱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자국 이익이 우선인 미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럽과의 협력망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미국 정책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