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종우 전 경남 거제시장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당선 무효형’을 확정하면서 내년 4월 2일 재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가 여당에 ‘무공천’을 압박하고 나섰다.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은 18일 성명을 내고 “여야 각 정당은 ‘재·보궐 선거 귀책 사유가 자당이 원인일 때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1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귀책(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선언했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내년 재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반면, 애초 당헌·당규에 ‘자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 선거 발생 시 무공천’이라고 명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당 안팎의 반발에도 이를 삭제해 당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에 앞서 예외 조항까지 신설해 억지로 후보를 냈지만 참패했던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상기하며 “여야는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에 발맞추어 이를 (무공천 요구를)겸허히 수용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보궐 선거 비용을 원인 제공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도 요구했다.
선거법 위반은 물론,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 사례처럼 자신의 사리사욕이나 영달을 위해 자진 사직할 때도 선거 비용을 원인자에게 부담시키고, 직전 선거 당선 이후 보전받은 선거비용 역시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야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사법부는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강행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자당 정치인들의 판결이 있을 때마다 유리하면 ‘사법부 결정을 존중.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는 논평을 내고, 불리하면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불복했다. 사법 정의가 죽었다’는 논평을 낸다”며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 무관심과 혐오만 부추긴다”고 짚었다.
강행규정은 선거법 제270조에서 정한 선거사범 재판 시한이다. 해당 조항은 ‘1심은 6개월, 2심과 3심 3개월 안에 끝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최종심이 아닌 1심 선고 기간에만 2~3년이 소요될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박 전 시장도 임기 2년 6개월이 지난 데다, 재선거를 치러도 새 시장 임기는 고작 1년여에 불과하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그러면서 “선거에 있어 정책과 후보자 면면을 살피기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여전하다”며 “이는 곧 시민 불행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정책 중심, 인물 중심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보당 거제시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이번 사안에는 서일준 의원실 직원이 연루돼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 지역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질 일이라는 게 명백하다”며 여당 무공천을 촉구했다.
진보당은 “벌써 국민의힘 내부에선 재선거 출마 예정자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의 힘은 자중해야 한다”며 “서일준 의원이 경남도당 위원장인 만큼 거제 시민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있다면, 재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는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시장은 2021년 7~9월 국민의힘 거제 지역 당원 명부 확보와 SNS 홍보 활동 대가로 측근인 A 씨에게 3회(300만 원, 500만 원, 400만 원)에 걸쳐 총 1300만 원을 제공하고, A 씨가 서일준 국회의원실 관계자 B 씨에게 전달하도록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