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 팔다 이제 제조까지… 마약 공장 차려 대규모 제조한 일당 검거

입력 : 2024-11-28 16:40:07 수정 : 2024-11-28 16: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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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책·판매책 등 9명 구속
투약자 등 18명 불구속 입건


경찰이 압수한 메스케치논 등 마약과 마약 제조 기기.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이 압수한 메스케치논 등 마약과 마약 제조 기기. 부산경찰청 제공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 원료로 직접 제조까지 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국내 유통을 하는 데에서 나아가 이제 국내에서 직접 대규모 제조까지 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향정) 위반 혐의로 20대 A씨 등 제조책 2명과 판매책 7명 등 9명을 구속하고 구매·투약자와 또다른 판매책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 등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경기도 파주의 한 농가 주택을 임대한 뒤 알약 타정기, 혼합기 등을 갖추고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 원료 가루를 이용해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 알약 1만여 정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활용한 마약 원료는 메스케치논의 일종으로, 항우울제로 사용되다 1995년 미국에서 의약품 사용이 금지된 뒤 2023년 UN에 의해 통제물질로 지정됐다. 효과는 필로폰과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주택을 제조 공장으로 쓰며, 알약 만드는 소리가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음 부스까지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판매한 메스케치논의 양은 모두 6000정으로, 판매액은 1억 8000만 원에 이른다.

일당은 또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독일에서 들여온 합성 대마 원료에 전자담배 액상을 섞어 합성 대마 액상 15L를 제조한 혐의도 받는다. 이 중 5L를 판매했고, 이를 통해 96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A 씨 등은 이렇게 대량 생산한 메스케치논 알약과 합성 대마 액상을 야산 등지에 묻어두고 위·경도 좌표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유통했다. 도심 곳곳에 있는 CCTV를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올라간 것이다.

판매책은 텔레그램으로 구매자와 연락하며 주택가 화단이나 빌라 배전함 등에 마약을 숨겨두는 수법으로 판매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판매대금과 제조자 임금 등을 가상자산으로 주고 받기도 했다. 이들에게서 마약을 구매한 이들은 대부분 20∼30대로, 무직, 학생,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고 있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메스케치논 11.57kg과 합성 대마액 10L 등 시가 77억 원 상당의 원료 가루를 압수했다.

정원대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이 28일 오전 메스케치논 알약과 합성 대마를 제조한 일당 검거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정원대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이 28일 오전 메스케치논 알약과 합성 대마를 제조한 일당 검거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정원대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마약수사계장은 “메스케치논 알약 1개 가격이 3만 원 정도로, 시중에서 암거래되는 가격의 6분의 1 수준에 대량 판매되는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를 시작했고 CCTV 영상 2500여 개를 분석해 제조책과 판매책, 배달책을 잇따라 검거했다”면서 “메스케치논 원료 가루 11.57kg은 알약 5만 4000정을 제조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었지만 신속한 수사로 더 많은 마약 유통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 제조책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국내 마약 유통에 이어 대량 제조, 판매까지 이뤄지는 심각성을 고려해 경찰은 조속한 검거에 집중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들에게 메스케치논 원료를 공급하고 제조법을 알려준 마약 제조 총책 등을 뒤쫓는 한편 구매자와 투약자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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