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출범한 ‘한동훈호’가 반년도 안 돼 침몰할 위기에 처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의 사퇴를 막아서고 있지만, 당내 입지가 쪼그라든 한 대표가 탄핵안 통과 후폭풍을 짊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1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재원·장동혁·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탄핵안 가결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각각 친한계 핵심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당헌상 선출직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 전날 탄핵안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이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최소 12표의 이탈 표가 발생,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당내에선 지도부 사퇴론이 제기됐다. 이에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거수로 당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가 있었다. 차기 지도부 체제는 월요일(16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탄핵안 표결 이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일부 의원들도 탄핵 공개 찬성 입장을 표했지만, 당내에선 탄핵 반대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탄핵 반대 입장을 지켰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간 의견 충돌 속 단일대오는 흔들렸고 결국 탄핵안이 통과된 것이다. 탄핵안 가결 직후 당내에선 한 대표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며 “이미 국민의힘은 비대위체제로 전환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동훈 대표는 사의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 대표는 전날 의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대표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대표 궐위 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지만,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권한대행 체제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상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대표 ‘사퇴 또는 궐위’ 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사퇴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으므로 당대표 권한대행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친한계인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한 것과 관련해 “당대표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전원 사퇴가 당대표 사퇴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총구 앞에 뛰어들어 계엄 해제를 시키고, 당이 버텨나갈 명분을 만든 대표를 밀어내는 의총이 진행됐다”며 “당대표가 사퇴나 궐위되지 않았는데 장동혁 등 최고위원 4인의 사퇴만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거취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돌연 취소됐다. 당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16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