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은 안 되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된다’…민주, 한덕수 권한 범위 해석 논란

입력 : 2024-12-16 10:23:15 수정 : 2024-12-16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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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 안 된다며 권한대행 탄핵 압박… “처신 잘해야”
대통령 탄핵심판 “최대한 빨리”… 이재명 재판 “법 절차대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와 관련,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사법절차와 관련해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대한 빨리” 하자고 주장하지만 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에 대해선 “법이 정한 재판의 순서대로” 가야 한다며 서두르지 말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입니다’ 인터뷰에서 “권한대행인 총리가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인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논의를 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적극적 권한을 행사하는 선택은 안 할 것이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직무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며 “한 권한대행이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에선 한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처신을 잘 하라”고 압박했다. 탄핵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하지 않았으니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총리가 내란 행위와 관련 국무회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한데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탄핵은 일단은 보류를 하고 권한대행으로 간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걸 명심하고 처신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이 ‘일단’ 중단된 데 대해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있겠느냐는 부분이 (탄핵 추진으로 가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발언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면서 “소극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정도”의 권한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대해선 한 권한대행이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공석인 국무위원 임명에 대해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국무위원 임명은 국회가 동의한 경우에는 임명이 가능하지만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을 감안하면 국무위원도 민주당이 동의할 경우에만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데 대해선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민주당이 동의하는 권력만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권한대행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할 수 있다고 노골적인 압박을 하는 데 대해선 민주당이 강조한 “안정적 국정 운영”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이외에 탄핵 등의 사법절차에 대해서도 이중의 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진행되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에 대해선 “인위적으로 빨리 하라고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최대한 빨라야 된다”면서 “최소한 두 달 이내에는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처리된 이후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 심판 절차에 신속한 진행”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대표 재판에 대해선 ‘법 절차’를 강조하며 신속 진행은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수현 의원은 16일 이와 관련 “(이 대표 재판은) 법적인 기한이 있으니 그 안에서 진행되지 않겠느냐”면서 “인위적으로 빨리 해라 이야기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도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며 “이 대표께서도 윤석열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헌법재판소의 신속 탄핵 심사와 본인의 선거법 재판의 신속 판결을 같이 외쳐주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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