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이어 3번째… 대통령제 개헌 여론 고조

입력 : 2024-12-15 1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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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여소야대 대치
탄핵 남발로 나라 혼란 되풀이
중임제 등 보완책 지속적 제기
모두 공감하나 정작 실현 못 해
유불리 떠나 개헌 추진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배출한 8명의 대통령 중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세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처음인 노 전 대통령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대통령 5명 중 과반인 3명이 국회에 의해 멈춰선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여소야대 국회’로 행정·의회 권력이 나눠질 경우, ‘정치 실종’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행 대통령제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거세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04년 3월 9일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에 의해 국회에 제출됐다. 탄핵 사유는 노 전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14일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고, 노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 63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은 그로부터 12년이 2016년 12월 8일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 3당이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안은 이튿날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헌재는 이듬해 3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직무 정지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직후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에 이어 헌재의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탄핵이 더 이상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야당이 수시로 휘두르는 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탄핵 국면에서 정권을 잡은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에 147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원내 압도적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정부 고위공직자 22명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관철했다. 그 대상도 장관 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 감사원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전례 없는 탄핵 남발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경우, 8년 전 보수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수 지지층의 ‘트라우마’로 인해 탄핵이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자충수로 인해 이 심리적 저항선이 깨져버렸고, 결국 야권 주도로 탄핵이 이뤄졌다.

그러나 20년 새 5명의 대통령 중 3명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고, 그 때마다 나라가 큰 혼란을 겪는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면서 이제는 그 혼란 아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높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현행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을 통한 보완책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2017년 국회는 헌법개정특위를 설치했고, 김진표·정의화·정세균·문희상 등 역대 국회의장들도 임기 중 개헌안을 마련했다. 현 우원식 의장도 개헌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 향배가 바뀔 때마다 여야의 입장이 달라지면서 개헌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실현되지 못하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사회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고, 이를 대응하는 대통령제의 취약점이 더욱 도드라지면서 이번에야말로 정치권 제 세력이 유불리를 떠나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방분권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구조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1인의 권력 집중 체계”라며 “제2, 제3의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행정부와 입법부 권한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분산, 비례성 선거제로 전환 등 권력 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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