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법원의 형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피고인의 혐의와 탄핵소추 사유가 동일하다고 판단할 경우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어, 헌재의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헌재가 심판을 멈출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한다.
헌재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함에 따라 윤 대통령도 조만간 탄핵심판 변론대에 서게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선임해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검사 출신인 자신이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법원 재판도 동시에 응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으로서 재판에서 받는 혐의와 대통령으로서 받는 탄핵소추 사유가 동일하다고 인정되면 탄핵심판 절차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탄핵심판 절차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탄핵심판이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법원의 판결 이후 가능하므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의무 규정은 아니며,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심판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인 만큼 헌재가 윤 대통령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도 이번 탄핵심판에 대해 신속·정확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동안 탄핵심판은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결정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결론 내렸다. 대통령의 공석 상황이 길어지면 정치적 안정과 외교·경제적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의 판단 역시 빠른 시점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형사 재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소추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소송이라도 공범으로서 같은 혐의가 다뤄지는 것이라면, 헌법재판소법 51조의 심판 정지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자 중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 전 장관의 재판을 근거로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탄핵 결정으로 검·경·공은 윤 대통령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내란 등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이 검찰 출석 조사를 앞두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검찰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구속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 신청과 한남동 관저 압수수색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