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현상 유지' 임무를 벗어난 월권이라 주장하며 탄핵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이 국정 마비 초래에 대한 부담감을 안는 데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까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한 대행이 이날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의 재의요구를 논의하는 것과 관련해 "여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며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관련 장관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하는데, 이는 윤석열 탄핵 가결 이전의 일"이라며 "국정 운영에 어떤 권한도 없는 내란 공범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말고, 오늘 당장 민생 개혁법안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6개 쟁점법안을 '이재명 국정파탄 6법'으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을 강행할 경우 여러가지 리스크가 뒤따른다. 우선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 절차를 밟게 될 경우 국정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당장 주요 부처 장관 공석에 권한대행까지 업무 차질이 빚어지면 국정 혼선은 예견된 수순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규정이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탄핵 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을 때 의결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의석은 192석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규정은 없다. 여당에선 대통령 탄핵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탄핵 규정을 다루고 있는 헌법 제65조에선 그 대상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두고 법률적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민주당이 섣불리 탄핵을 결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핵심 요인은 또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이다. 야당은 국회 몫 3인에 대한 헌법재판관 추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임명 권한은 한 권한대행에 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될 경우,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에 사실상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 탄핵 경고는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민주당 차원의 엄포에 불과한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