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자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당국의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된 1450원을 뚫었다. 치솟는 환율에 금융시장은 일제히 폭락했고, 원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빚어졌던 2009년 3월 11일(1471원·종가 기준)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급등한 1453.0원으로 출발해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환율이 치솟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뉴욕증시 등 글로벌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과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8.50포인트(1.95%) 내린 2435.9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3.21포인트(1.89%) 내린 684.3에 거래를 마쳤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도 이날 미 연준 발표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18일(현지시간) 오후 4시 41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73% 하락한 10만 1159달러에 거래됐다.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기업은 긴급히 내년도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거나 수입선 다변화, 수입 시점 조정 등 환율 변동 대응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어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 비용이 증가한다. 배터리업계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투자액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정유업계와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부담이 커졌고,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업계 역시 큰 고민에 놓였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 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은행은 이달 말로 만료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