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앤드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작업자들이 제때 불을 피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점을 정리했다.
■인테리어 자재, 작업자 대피 막았나
이번 화재 때 건물 1층에서 6명이 몰린 채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장에 적재된 인테리어 자재들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업자들이 적재된 자재 등에 길이 막혀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사망자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사망자 6명의 코와 얼굴에는 그을음이 가득한 상태였다. 숨진 피해자들이 불이 났을 때 대피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기를 마신 게 사망 원인이 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통상 건물 1층은 화재 대피가 상대적으로 수월한데도 희생자가 이곳에 몰렸다는 점에서 자재가 대피를 막았을 가능성도 계속 제기됐다. 해당 시설이 오는 5월 개장을 앞두고 마감 작업으로 인테리어 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소방 당국도 적재된 자재가 대피로를 막아 대피 시간을 늦추고, 그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연기 흡입으로 방향감각을 잃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프링클러 제대로 작동했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도 쟁점이다. 해당 리조트는 지난해 기장군청 사용승인을 받을 당시 스프링클러 등 주요 소방 설비 설치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 가능한 상태였는지, 실제 작동했는지 여부를 두고는 진술이 엇갈린다.
일부 유족은 대피자들의 옷에 물이 묻어있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관리직원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실제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스프링클러 성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화재를 막을 만큼 충분한 물이 뿌려지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화재에 대응할 화재 감시자 없었나
사고 현장에 화재 감시자가 배치됐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화재 감시자는 법적 의무 사항으로 건설 현장에서 불꽃이나 고온 작업을 감시하고 즉각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 근로자다. 하지만 현장에 화재 감시자가 미배치됐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화재 감시자가 있었다면 초기 진압을 벌이다 불이 커졌을 때 다른 사람을 대피시키며 나왔을 텐데 그런 사람은 현재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화재경보 울렸는데 왜 대피 늦어졌나
경찰,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리조트 B동 PT룸 인근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 PT룸은 대부분의 사망자가 발견된 곳으로 작업자 일부는 경보음이 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경보음에도 대피가 늦어진 것을 두고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소방시설 점검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공사는 최근 건물 자체 점검을 시행 중이었는데 점검 때 화재경보음 등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이 실제 화재 때도 점검을 위한 시범 작동으로 판단하고 작업을 이어갔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뒤늦게 상황을 알고 빠져나오려다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쓰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교육 없었다” 진술 진위는
작업자 일부는 사고 이후 “화재 대비 안전교육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화재 대피 훈련을 받은 적 없어 화재 당시 탈출로 등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막바지 공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급히 투입된 인력들은 화재 상황에서 탈출로를 찾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발생 경위와 더불어 근로자 안전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