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족이 함께하는 별빛 독서캠프’ 참가자들은 독서와 오감을 연결하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1~22일 1박 2일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시간을 보낸 250여 명의 초중학생과 가족들은 “이번 행사를 다시 꼭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다만, 독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요청도 나왔다.
■읽은 책, 체험으로 만난 시간
별빛 독서캠프는 다양한 체험을 준비, 참가자들이 독서에 더 익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임미옥 스마일마음요리터 대표의 첫 강연 ‘책에서 상상한 요리를 실제로’는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이었다. 임 대표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자기 정서를 식재료를 가지고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스페인 작가 아나 예나스의 동화책 〈컬러 몬스터: 감정의 색깔〉을 함께 읽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형형색색의 마카롱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장은 연신 웃음꽃이 터졌다. 학진초등 5학년 조수아 양은 “책에 담긴 내용을 마카롱으로 만드는 일은 처음 접한다. 성취감도 생겼고 다시 꼭 한 번 더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요즘 아이들이 학원 등 바쁜 일정으로 자신의 감정에 좀처럼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 없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이렇게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만들기 프로그램 ‘나만의 동화 캐릭터 스티커 만들기’ 역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참가자들이 읽어본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골라내 직접 그리고 스티커로 만드는 시간이었다. 강연은 백우진 ‘마구리코 아트’ 백우진 대표가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읽은 책을 모티브로 또 다른 창작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저초등 3학년 이진우 군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그려보고 나중에 스티커를 직접 받아볼 수 있어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독서 캠프인 만큼 아이들이 평소 재밌게 읽은 책이나 동화에서 나온 캐릭터를 통해 그림이나 캐릭터 단순화하기까지의 창작적인 과정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강, 독서의 가치 전하다
별빛 독서캠프의 하이라이트는 이날 마련한 뜻깊은 강연들이었다. 조류 연구가이기도 한 권오준 생태동화작가의 ‘자연에서 배우는 창의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아이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강연은 문답 형태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권 작가가 아이들에게 “새에게 콧구멍이 있을까”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시간.
별빛 독서캠프는 숲속에서 진행된 만큼 권 작가와 참가자들은 직접 야외로 나가 나무 등을 둘러보며 새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강연이 끝나자 아이들이 권 작가 주변으로 몰려들어 새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권 작가는 “새들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서로가 같이 공존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참가자들은 독서 교육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특강이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 1학년·초등 4학년 아들과 캠프에 참여한 변아영(40) 씨는 “신문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보고 참여했는데 가족끼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며 “특히 학부모 강연이 정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수경(41) 씨는 “학부모 강연에서 부산 교육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인기가 더 높았던 번외 프로그램
‘마음뿐 아니라 몸도 튼튼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최대 15m 인공 암벽장을 올라가는 클라이밍 체험은 주로 중학생이나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도전했다. 이들은 클라이밍 방법을 배운 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암벽을 오르는 체험을 했다. 등반에 실패해도 학부모나 친구들 응원 소리가 이어졌다.
저녁 식사 후에는 자신의 별자리를 알아보고 직접 그려보는 ‘별자리 그림 그리기’가 진행됐다. 이날은 밤하늘에서 금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별들이 아이들의 눈으로 쏟아졌다. 도심 속 자연에서 진행된 1박 2일 캠프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유대감을 쌓는 기회가 됐다. 다음 날인 지난 22일 오전에는 독서 캠프 후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가족끼리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경기도 안양에서 초등 2·4학년 아이들과 참여한 박유진(43) 씨는 “지인이 SNS로 추천해 이번 캠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취지가 좋아 바로 신청해 부산까지 오게 됐다”며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고 알찼고, 아이들이 좋아해 다음에도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매호초등 백두승 군의 어머니 은희주 씨는 “두승이가 조금 더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부산을 여행하기 위해 왔다”며 “너무나도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