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변론 종결(25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 보수 진영에서는 차기 대선 바로미터로 꼽히는 부산교육감 재선거에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고 있다. 보수에서는 현 정부서 이른바 ‘왕수석’으로 불리며 비서실장 자리까지 올랐던 전직 대통령실 고위 참모가 예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열기를 끌어올리자 진보 진영에서는 단일화 고삐를 더욱 죄고 나섰다. 여기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보궐선거 일정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부산교육감 선거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현 정부 핵심 인사 보수 캠프 출동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3일, 정승윤 예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이관섭 전 비서실장이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실장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시절 왕수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후에는 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실장 자리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비서실장을 맡은 현 정부 핵심 인사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정 예비 후보와 여러 가지 일을 했다”며 “부산 미래와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부산교육감을 맡을 충분한 역량 있다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개소식 전에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얼굴을 비쳤으며 교육계 관계자, 학부모 등 정 예비 후보 캠프 측 추산 500여 명은 본행사에서 세 과시에 나섰다.
탄핵 정국에서 현 정권의 핵심 인사가 직접 나선 데다 부산 정계·교육계 인사가 모이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을 쏟는다. 일각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실상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현재 레이스 구도에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산CBS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부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후보 지지도 조사(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진행한 결과, 다자 대결 시 정 예비 후보뿐 아니라 모든 보수중도 후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진보 후보인 김석준, 차정인 예비 후보는 각각 26.9%, 11.0%로 1, 2위를 기록했다.
■진보 내부서 거세지는 단일화 요구
이처럼 보수 진영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진보에서도 단일화 추진에 분주하다.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2025 부산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 대표자 회의를 통해 추진위 유지 사실을 결정하면서 김석준, 차정인 예비 후보 측에 단일화 결단을 재차 요청했다. 특히 추진위는 두 후보가 합의한 단일화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추진위의 드라이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이 임박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기각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선고를 기점으로 양측 진영의 결집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까지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진보 진영이지만 선거일로 예정돼 있는 오는 4월 2일까지 이 같은 판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진보 내부에서 단일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두 사람의 온도 차는 명확하다. 차 예비 후보는 추진위가 단일화를 재차 촉구한 이날 성명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 이토록 높은데, 단일화를 거부하며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란 대체 무엇이냐”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뭉치면 이겼고, 흩어지면 졌다. 지금이야말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김 예비 후보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단일화와 관련한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25일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로 지정하면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투표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교육감 재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날인 3월 12일까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교육감 재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다. 반면 3월 13일 이후에 헌재 결정이 내려지면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 투표일은 예정대로 4월 2일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