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관광객 발길이 잦았던 부산 초량이바구길 일대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초량168계단에는 툭 하면 고장이 나 문제가 된 모노레일 대신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조만간 가동에 들어가게 돼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 이동 편의를 높일 전망이다.
‘이바구플랫폼’도 새로 문을 연다. 기존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새로 리모델링한 후 청년들에게 임대한 공간에 붙은 명칭으로 이바구길의 새로운 명소가 될지 주목된다. 청년들은 피트니스 센터, 플랜테리어 카페, 한식당, 디저트 카페, 주얼리 공방 등 다양한 상점을 열어 방문객을 맞겠다고 벼르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동구 초량동 초량168계단 옆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다음 달 11일부터 가동한다고 26일 밝혔다. 고지대 산복도로 주민들 편의를 돕고, 초량이바구길 일대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계단 옆 약 60m를 오갈 엘리베이터 건립엔 특별교부금과 구비 등 예산 23억 2800만 원이 투입됐다.
초량이바구길은 피란민이 터를 잡은 1950~60년대, 산업 부흥기였던 1970~80년대 부산 문화와 역사를 담은 거리다. 옛 백제병원 건물 등으로 이어지는 초량이바구길에서 초량168계단은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초량168계단 옆 엘리베이터는 기존 모노레일을 대체하는 이동 수단이다. 고장이 잦았던 모노레일은 2023년 3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지난해 1월 철거됐다. 주민 공모로 ‘초량168하늘길’이란 이름이 붙은 엘리베이터는 약 12명을 태울 수 있어 8명이 정원인 모노레일보다 효율성이 좋다. 소음이 적어 야간 운행도 가능해 주민들과 관광객 불편을 덜어줄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동구청 미래사업단 관계자는 “3월 4일 개장식 후 일주일간 점검과 조정 과정을 거쳐 운행에 들어간다”며 “주민들과 대만 등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 이동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전에도 하루 1300~1500명 정도 모노레일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엘리베이터는 더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 가동과 함께 청년 창업 공간인 ‘이바구플랫폼’도 문을 열 예정이다. 초량168계단 주변에 비어 있던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리모델링하고, 20~30세대 청년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한 공간이다. 동구청은 시비 9억 원으로 정비를 마쳤고, 구비 3억 원은 3년 동안 1억 원씩 운영비로 투입할 예정이다.
청년들은 8개 공간으로 나눠진 이바구플랫폼에서 각각 색다른 카페, 식당, 공방 등을 운영한다. 돼지 팥빙수로 유명한 ‘키노앙’, 전문 피트니스 센터 ‘R&R’, 플랜테리어 카페 ‘pp.b’, 북 카페 ‘야우출책’, 김부각과 상품을 판매하는 ‘해피해조’, 한식당 ‘어부’, 디저트 카페 ‘럭키피쉬’, 실버 주얼리 공방 ‘메종랑오르’ 등이 문을 연다. 동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이미 시범 운영을 시작한 곳이 있고, 3월 중에 모두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량이바구길은 기존 시설에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지며 색다른 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초량168계단 주변에는 이미 명란 요리와 북항 전망을 즐길 ‘명란브랜드연구소’, 부산항대교 야경을 배경으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168더데크’가 들어선 상태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국내외 관광객에게 사랑 받은 초량이바구길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도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 관광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동구청은 다음 달 4일 오후 초량이바구길에서 초량168계단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이바구플랫폼 동시 개장식을 열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