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탄핵심판 선고일을 놓고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오간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17일까지 헌법재판에 관련한 일체의 변론 기일을 잡지 않았다는 법조계의 전언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그 전에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했는데, 그 이후 헌법재판관들은 평의와 평결, 결정문 작성에 집중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이번 3·1절 연휴 기간에도 자택 등에서 증거 자료와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등 탄핵심판의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4일부터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평의를 매일 열기로 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헌재가 헌정사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인 윤 대통령 사건을 우선순위로 두고 나머지 사건 심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지노선을 오는 17일로 보고, 그 사이에 다른 기일을 잡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노무현,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모두 금요일이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금요일 선고’라는 전례를 따른다면 오는 17일까지 남은 금요일은 7일과 14일 두 날짜 뿐이다.
■野 “길어야 2주”… 與 “밀린 선고부터”
야당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MBC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오는 6~13일 사이에서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그동안 사례를 근거로 (최종변론 후) 11일 혹은 14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나”라며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가 언급한 ‘기준’은 노무현,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헌재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최종 변론 이후 선고까지 14일이 소요됐고 박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민주당 측의 ‘6~13일 선고’ 전망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헌재의 선고가 길게는 2주, 짧게는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기 대선은 앞으로 한 1~2주 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19일 변론 종결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평의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보다 먼저 변론이 종결됐는데, 선고가 더 늦게 나오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이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나와야 한다는 당위론도 작용한다. ‘권한대행의 대행’이 국정을 운영하는 초유의 상황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명분이 힘을 얻는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선고 날짜를 통상 2~3일 전에 알려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흘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틀 전 선고기일을 통지했다.
■여론전 들어간 보수 vs 진보
여야는 물론 보수·진보 양대 진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둘러싼 여론전에 들어갔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12일이 되면 12·3 내란이 일어난 지 100일째가 된다”며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핵 심판 선고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창당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세력은 여전히 권좌에 앉아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며 내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헌재의 조속한 탄핵선고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고리로 헌재 선고가 늦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 2심 선고일은 오는 26일이다. 만약 1심처럼 피선거권 박탈(벌금 100만 원 이상)형이 나오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은 현실적으로 5월 중순까지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날짜를 최대한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과 보수 진영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해 헌재와 대법원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